대선을 32일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양강(兩强) 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달 초 안 후보가 앞서는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니 4~5일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도 그런 흐름이 확인됐다. 그 격차도 다소 벌어지는 양상이다. 5자·6자 등 다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가 여전히 안 후보를 앞섰지만 여기서도 차이가 전보다 확연히 좁혀졌다. 탄핵 정국에서 굳건히 유지됐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가 스스로 만든 결과다. 탄핵 바람 속에서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고 '대청소, 적폐 청산'과 같은 구호에 주력했다. 많은 국민이 통합을 원하는데 문 후보는 반대로 갔다. 문 후보 주변의 완장 찬 듯한 오만한 언행, 상대를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행태는 노무현식 편 가르기 정치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독살, 이어지는 탄도미사일 도발 속에서도 문 후보는 사드 배치 국회 결정,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열성 지지층은 좋아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줄지도 늘지도 않고 거의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의 급부상은 '문재인은 안 된다'는 유권자들이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큰 안 후보 쪽으로 몰린 결과일 것이다. 반사이익이다. 어제 관훈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안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미·중·일·러 정상들을 상대할 만한 외교적 식견이 있는지는 전혀 검증된 것이 없다. 안 후보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지율이 10% 선에 묶여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야 한다.

어제 안 후보는 비문(非文) 연대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후보 단일화 아닌 정책 연대까지 반대한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말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선거 구도는 거의 확정돼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엔 촛불과 태극기 대결이 만들어 놓은 분열의 골을 메우는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이 통합돼야 안보도 경제도 대처할 수 있다. 문 후보의 재도약과 안 후보의 역전승도 여기에 달렸다. 자기 걱정이 아니라 나라 걱정을 더 하면 자연스레 큰 민심, 진짜 민심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