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북한은 정말 인류의 (가장 큰) 문제"라며 김정은 정권 문제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제기하겠다고 재천명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중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은 우리 시각으로 7일 미국에서 열린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의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선 한반도 정세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 관련) 이제 시간이 다 소진됐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 옵션은 그동안 미 국방부 한반도 정책 담당자의 서랍 속에만 있는 것이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엔 한 번도 제대로 검토한 적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 따라 미국 주요 방송인 NBC가 지난 3일 간판 앵커를 오산 미군 기지로 보내 메인 뉴스를 진행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미국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NBC는 이날 톱뉴스를 북한 문제로 시작해 8분 동안 한반도가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어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런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없어진 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에 취임했다. 그가 주한 미 대사를 인선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 보복 중이다. 정상 상황이라면 미·중 정상회담 전에 한·미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단을 놓고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미국에 맡겨놓고 기다리는 것 외에 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을 우리 없는 자리에서 한반도 운명이 결정된 얄타 회담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지도를 놓고 얘기하는 대국이다. 한반도 운명이 어느 순간 바뀔지도 모른다. 이번처럼 중대한 회담을 넋 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 상원의원 26명은 4일 중국에 대한(對韓)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는 일차적으로 주한 미군과 증원 전력 보호를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주한 미군 보호는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것이지만 사드가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면 결국 미국과 대결하게 될 것이란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선거판의 대선 후보들은 한 달 뒤에는 청와대에 들어가 국가를 이끌겠다는 목표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토록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과 미·중 정상회담을 제대로 쳐다는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