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가 작년 말로 1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세수 증가 규모가 사상 최대일 정도로 세금이 많이 걷혔는데도 정부가 진 국가채무는 1년 전보다 35조원 더 늘었다. 복지 지출과 내수 진작 등 정부가 돈 풀어야 할 곳이 많아진 결과다. 우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아직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나랏빚이 5년 새 두 배 가까이 될 만큼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넓은 의미의 나랏빚인 국가부채 규모가 이렇듯 불어난 이유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가 5년 새 400조원 넘게 늘어난 탓이 가장 크다. 연금 충당부채란 2086년까지 앞으로 70년간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다 합친 금액이다. 보험료가 들어오니 충당부채 752.6조원이 다 나랏빚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정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를 미리 가늠해볼 척도다. 공무원·군인연금은 만년 적자로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다. 고령화로 공무원·군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할 기간이 길어지니 나랏빚도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근본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막더니 이제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은 세금을 쏟아부어 공무원 늘린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세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가 계속되면 국가부채는 결국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