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4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안 후보는 7개 권역 경선에서 총 75.01%를 얻어 손학규(18.07%) ·박주선(6.92%) 등 경쟁자를 앞섰다. 안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정치공학적 연대, 탄핵반대 측과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분열주의, 패권주의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며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작년 12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정치인은 제도권 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촛불 집회에 발길을 끊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금 안 후보는 보수층 표심을 일부 흡수하면서 부동의 1위였던 문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한다. 일부 여론조사이기는 하지만 '문·안(文·安)' 양자 대결 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가는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보수 지리멸렬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야(野) 대 야(野)' 2강(强) 구도의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보수층이 후보를 못 찾으면서 안 후보를 대안(代案)으로 보는 '전략적 선택'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가 관건이다.

안 후보도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도전이다. 2012년의 '안철수 바람'은 강력한 의지의 결여로 중도에 꺼지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안 후보에게는 모두가 비관적으로 보았던 국민의당 창당을 밀어붙여 작년 총선에서 예상을 넘어서는 약진을 만든 정치적 자산(資産)이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결연한 모습도 단순한 포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후보에게는 물음표도 함께 따라다니고 있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는 자리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를 뒤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가 즉각 재개하겠다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보수층이 안 후보를 다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안 후보 입장과 정반대에 가깝다. 거의 맹목적 햇볕론자들의 당이다. 국민은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

안 후보 부상(浮上)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많은 유권자의 반감에 따른 측면이 크다. 많은 사람이 '안철수' 그 자체보다는 '문재인 아닌 대안(代案)'이란 이미지로 그를 보고 있다. 안 후보는 '과거 아닌 미래'와 4차 산업혁명 주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비문(非文)'을 뛰어넘는 국가적 비전과 가치가 국민에게 분명하게 각인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는 안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연대 여부가 주목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선 문제의 본질은 '안철수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무엇일지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안 후보가 강조하는 '자강(自强)'도 결국 이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