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의원이 어제 끝난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57.0%를 얻어 안희정 충남지사(21.5%), 이재명 성남시장(21.2%)을 따돌리고 결선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문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좌·우,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과거 적폐 세력이냐, 미래 개혁 세력이냐의 선택"이라면서도 "누구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적폐는 적법 절차에 따라 청산될 것"이라고 했다. 안·이 두 사람은 즉각 승복을 선언했다.

문 후보에게는 이번 대선이 2012년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갑자기 징발되다시피 했던 그때와는 달리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역대 지지율 1위 주자들에 비해선 검증 시험대에서의 약점이 적다는 평가다. 김종인씨 영입 등 지난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성과도 있다. 무엇보다 탄핵 여파로 집권할 수 있는 둘도 없는 호기를 만났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난관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적지 않은 비토(veto) 층이 존재하고 있다. 당내에 있던 비문(非文)·반문(反文)이 지금은 거부감을 가진 하나의 유권자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통상 지지율 1위 후보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호불호의 골이 너무 깊게 파여 있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국정을 순조롭게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런 상황은 문 후보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당내 경선이란 요인이 있었겠지만 문 후보는 지난 몇 달간 증오와 분열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내 지지는 더 얻었을지 몰라도 노무현 시대의 극심한 분열상을 떠올린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문 후보에 대해선 안보가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퍼져 있다. 이 역시 그가 만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와 사드를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에게 달러가 들어가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다. 하나하나가 심각한 문제를 부를 조치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종북몰이'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후보가 된 이젠 더 이상 그런 동문서답은 통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설명하고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문 후보는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철저하게 검증해 달라고 스스로 나서야 한다. 탄핵 바람을 타고 거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문 후보는 지금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쫓기고 있다고 한다. 문 후보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안 후보에게서 '미래'를 보고 문 후보에게선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 후보가 힘을 줘 해온 말과 약속이 대부분 과거 지향이었다. 이제 후보가 된 이상 지지율 1위 후보답게 진영 정치가 아니라 국민통합·안보·경제를 얘기했으면 한다. 국민이 통합돼도 극복하기 어려운 안보·경제 위기 속에서 자기편은 선(善)이고 다른 편은 악(惡)으로 보는 대통령이 또 등장한다는 것은 본인과 나라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