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오늘은 결론부터 적는다. '20세기 한국 몽골 관계사'(KM미디어 刊)는 몽골과 시베리아에 관심을 갖는 한국 시민들을 위한 최적의 교과서다. 20세기 한국과 몽골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연구해온 자미얀 바트트루 몽골국립대 교수(국제관계학)의 책이다. 이 책과 김호동의 '아틀라스 유라시아사'(소나무 刊), 그리고 강인욱의 '유라시아 역사기행'(민음사 刊)을 읽는다면 여러분은 틀리지 않은 길로 들어선 것이다. 딱딱한 제목과 투박한 장정 때문에 이 책의 장점과 매력이 독자들에게 잘 어필되지 않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 오늘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시작해보았다.

몽골과 시베리아에 로망을 품거나 사업을 꿈꾸는 분이 한국에 많다. 이런 분들은 서점에서 '몽골' '시베리아' 또는 '유라시아'라는 키워드로 책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고급 종이에 올 컬러 사진이 실린 책들이 주르륵 검색될 터이다. 이런 책들은 대개 '고구려가 웅비하던 몽골 초원'이라든가, '한민족의 시원 시베리아'라는 식의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있다.

강연을 할 때마다, 이런 책의 독자를 최소한 한두 분은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여러분이 읽은 책에 적힌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학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주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면 이분들은 낙담하거나 화를 낸다. 하지만 더 낙담하고 더 화가 나는 것은 필자다.

몽골 및 시베리아 지역과 이른바 '한국인' '한국 문화' 사이에 일정 정도의 연관성이 확인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조상이 이들 지역에서 활약했다거나 하는 주장은 상당히 가감해서 들어야 한다. 또 21세기의 우리가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한국인'의 조상이 이 지역에서 활약했어야 할 당위성도 없다. 조상이 활약하던 땅이니 후손인 우리가 다시 들어간다는 주장이 100년 전 세계 곳곳에서 기세를 떨쳤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21세기를 사는 교양 있는 한국 시민이라면 그런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청(大淸)제국의 일부였다가 1911년에 한족의 중화민국으로부터 독립한 외몽골(북몽골), 그리고 독립에 실패한 내몽골(남몽골). 이들이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몽골과 한반도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겸허하게 듣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