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 경찰기자일 때는 의욕이 능력을 앞서 항상 좌충우돌하곤 했다. 어느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으며 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남들보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그저 남들 정도 하다가 말 뿐이었다.

어느 날 경찰서 기자실에 앉아있는데 H일보 선배가 점심 시간 이후 보이지 않았다. 관할 구역에 별 사건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 갔을까 싶어 그 선배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아마도 무슨 특종이 있어 혼자 취재하러 간 모양이다 싶었다. 갑자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하던 모든 경찰서의 모든 과장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경찰들조차 쉬쉬하는 큰 사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날 야근이었다. 서울시경에 야간 상황을 체크하러 갔다가 H일보 야근자 선배를 만났다. "P선배 오늘 내내 안 보이던데, 어디 갔었어요?" 했더니 그 H일보 선배가 말했다. "오늘 우리 특종 있는 것 어떻게 알았지? 내일 아침에 사회면 톱 바뀔 거거든. 그 친구 지금 회사에서 기사 쓰고 있어."

눈 뜨고 당할 수는 없었다. 회사 차를 타고 H일보 앞으로 갔다. 신문을 훔치러 간 것이다. 신문사 1층 옥외에 방금 인쇄된 신문들이 포장돼 쌓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기사를 썼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신문을 훔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배달 앞둔 신문이 100부 단위로 포장돼 있어, 훔치려면 100부짜리 한 덩이를 훔쳐야 했다.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포기하고 돌아섰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배달된 신문을 받아봤다. H일보엔 아무런 새로운 기사가 없었다. 뭐야, 도대체. 그 선배는 어제 하루 종일 뭘 한 것이며, 그 야근자 선배가 말한 특종은 또 뭐야. 다음 날 H일보 선배를 만났다. "어제 하루 종일 어디 있었어요?" 했더니 "점심 먹고 내근하라고 해서 회사에 있었다"고 했다. 그럼 특종 운운했던 그 선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중에 만난 그 선배에게 "특종 있다더니 도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 말을 믿었어? 그날 만우절이었잖아" 했다. 지독하게 재미없는 만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