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대선으로 구성될 새 정부가 특정 정당만의 정부가 아니라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통합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30일 "(대선 구도가) 통합정부를 형성하려는 세력과 독자적으로 하려는 세력으로 나뉠 것"이라며 "결국 그 과정이 후보 단일화 과정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필요가 섞인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통합정부'라는 당위성 자체는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금까지 대선 구도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하는 가운데 여기에 맞설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통합정부'는 후보 단일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정당이 연대해 함께 정부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의석 60%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의석 분포와 정치 현실에 비춰 3개 이상의 정당이 연대해야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정책과 노선에서 차이가 있는 정당들이지만 북구(北歐)처럼 이슈별로 조정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 가는 정치를 우리도 시작할 때가 됐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꺼냈던 '대연정'과도 사실상 같은 얘기라 할 수 있다. 2018년으로 예정된 개헌도 결국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죽기 살기 투쟁 정치, 증오와 분노의 정치, 제왕적 대통령이 정작 정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정을 끝내야 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70% 안팎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통합정부, 연합정부, 협치정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돼 가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어느 정당이 집권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탄핵 후유증을 안고 가야 하는 지금은 더 그렇다. 통합정부를 운영한다는 정신을 갖지 않으면 곧바로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안 지사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고스란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 일방통행 정권과 문 전 대표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국내외 모두 큰 전환기에 처해 있고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통합정부가 됐든, 연정이 됐든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답을 알면서도 풀지 못하는 불능(不能) 국가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며 거기에 맞는 정치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선거 결과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