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태(82) 전(前) 주중(駐中)대사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관련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커다란 전략적 실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황 전 대사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70%가량은 중국에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무역보복을 하면 중국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본다"며 "외교와 군사 갈등을 빌미로 무차별 경제 보복을 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국가이미지도 크게 떨어지는 데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 정부를 믿고 투자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면 한미가 사드 배치를 포기할 줄 알았던 것 같지만, 사드 배치는 한미 양국에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이 달린 문제이며 특히 한국인 전체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며 "중국도 정치 체제나 영토 보전 등 핵심 이익 문제는 누구와도 한 치의 양보가 없는데, 우리에게 온 국민의 생명과 영토 보전 여부가 걸린 문제를 포기하라는 것은 이중 잣대 강요"라고 했다.

하지만 황 전 대사는 중국이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보복을 통한 사드 철회 유도라는 기조를 바꾸려는 뜻은 없는 것 같다"며 "언론에 공개는 안 됐지만 지난주 방한했던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은 오히려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사드를 철회하지 않으면 더 큰 '후과(後果·뒤탈)'가 있을 거라 경고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미국의 동북아 사드 포위 전략으로, 중국은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필두로 탐지 레이더만 설치한 일본의 사드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하고 이어 필리핀에까지 사드를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미국의 동북아 사드 배치의 전초전으로 간주해 이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황 전 대사는 1956년 제7회 고등고시 외교과에 합격해 1993년부터 2년 반에 걸쳐 주중대사로 근무했다. 한국개발연구원장, 한국외대 총장, 대구한의대 총장, 13·15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