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청년희망펀드'에 사재 70억을 낸 것은 대통령이 추진한 사업에 롯데만 참여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신 회장은 기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사정 당국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신 회장은 2015년 11월 이 펀드에 사재 70억원을 기탁했다. 신 회장은 그해 10월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매수하는 데 사재 1000억원을 개인 돈으로 사들여 수중에 현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수십억원대 출연을 하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검찰은 돈을 빌려서까지 기금을 낸 이유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닌지 주목했다.

신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 기탁 얘기가 나왔을 땐 크게 내키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였던 고(故) 이인원 부회장에게 "여유도 없는데 안 내면 안 되느냐. 꼭 내야 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 내면 안 된다.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참여할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검찰에서 "이 부회장이 저만 안 내면 '왕따'를 당한다며, 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억원을 내는 등 재벌 총수들 모두 출연한 상황에서 자신만 돈을 내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다.

조사에서 신 회장은 "일본이나 미국에 살았으면 기금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서 공개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의 진술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해 설립이 추진되자 전경련에 대기업 참여 액수가 결정돼 각 기업에 전달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수석이 1200억∼1300억원을 대기업이 협조하라는데,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부담스러웠다"고 증언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된 공익신탁형 기부금이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 일자리창출사업과 지원사업에 재원을 활용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26일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은 146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