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헌재·이원재 대담, 황세원 글|메디치|172쪽|1만2500원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 축복이다. 모든 문제점이 다 노출되고 더 이상 감출 게 없을 때, 기득권도 더 지킬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을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각계에서 이제 새로운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이사장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와 대담 형식의 책에서 “이제는 국가의 일에 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고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 전 부총리는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데 대해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는 축복’이라고 규정한다. 세습사회의 위험, 재벌에게 부가 집중되는 위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위험이 커지기 전에 곪아 터졌기 때문이란 관점이다.

그는 이제 새 정부가 할 중요한 일로 ‘기득권을 흔드는 일’을 든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대기업에만 유리했던 환경을 깨트려야 한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자체가 기득권이 되는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 부당한 갑질, 일감 몰아주기, 편법적인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세를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전 부총리는 “당연히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적었다.

자신을 ‘개혁적 보수’로 생각하는 이 전 부총리는 진보세력도 국가주의적 사고는 똑같다고 비판한다. 국가가 개입해서 문제라고 성토한 뒤 다시 ‘국가가 해결하라’고 요구한다는 점에서다. 이 전 부총리는 “모든 사회문제에 국가가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면서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세대에 이제 사회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문격인 ‘촛불의 열망, ‘진짜 변화’로 이어지려면’이란 글에서 “촛불집회로 타오른 열망과 변화를 목도하며 내게도 열망이 하나 생겼다”면서 “이 촛불이 그저 대통령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데만 쓰이지 않기를,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열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