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짜한 어시장(魚市場)이 하루아침에 앙상해졌다. 7년 전과 4년 전에도 불이 났는데 점포 대부분 보험에 안 들었다. 상인들은 당장 먹고살 길 막막하고, 그 터전 되살리려면 한 달은 걸린다 한다. 이유가 어떻든 누리꾼 반응마저 싸늘한데…. 찬찬히 뉴스를 듣자니 또 다른 안타까움이 비집고 든다.

"오늘새벽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재래어시장에서 큰 불이났습니다."

진행자가 끊어 읽은 대로 띄어쓰기해 보았다. '큰 불이났습니다'가 유난히 귀에 거친 대목. 많은 방송이 하나같았다. '큰불'이 한 단어인데 왜 안 붙였느냐는 얘기가 아니다. 한 단어가 아니라 치고, 문장을 성분(成分)대로 자연스럽게 토막 내보자

'큰/ 불이/ 났습니다.' 주어(主語)는 '불'이고 서술어(敍述語)는 '났습니다'. '큰'은 관형어(冠形語)이니 꾸밈을 받는 '불'에 붙어 다녀야 한다. 결국 '큰 불이났습니다'가 아니라 '큰불이 났습니다'가 자연스럽다. 그럴 때 뉴스 전달력도 높아질 것이다. '오늘새벽인천 남동구'도 '오늘새벽 인천남동구'가 바람직하다. 시간은 시간, 장소는 장소끼리, 이른바 '의미 단위'대로 끊어 읽어야 매끄럽기 때문이다.

전직(前職) 고관이 늘어나다 보니 생뚱맞은 끊어 읽기도 늘었다.

'이른바폴리페서의 학교복귀를반대하는목소리가 대학가를중심으로 커지고있습니다. (중략) 안종범전 청와대수석 (중략)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덕전 장관과 김종전 차관, 그리고 김상률전 청와대수석등도 모두교수들입니다.'

역시 끊어 읽은 대로 옮긴 이 예문에서 '전(前)'은 뒷말을 꾸미는 관형사다. 원칙대로 하자면 앞뒤 모두 끊어 읽어야겠다. 다만 한 음절 따로 끊기가 뭐하다면 앞말이 아닌 뒷말에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활자(活字) 형태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 폐습 일침… 분권과 협치해야'. 탄핵심판 선고에 관한 해설 기사 제목이다. 말인즉슨 권한을 나누고(분권·分權) 서로 양보·협의하는 정치(협치·協治)를 하라는 뜻. 한데 '협치(를) 해야' 하고 띄어야 할 걸 붙이는 바람에, 마치 협치할 상대가 분권처럼 돼버렸다.

새로운 대중 매체가 아무리 발달할지언정, 말과 글을 업(業)으로 삼은 이들의 전문성이 시들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그럴수록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벚꽃도 곧 핀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