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킹 메이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14일 만나 범보수 연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만찬 회동에서 정국 현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범보수 대선후보 단일화 등 선거연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다음달 초까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각 당의 경선이 끝나 후보가 정해지면 본선 대진표가 짜이고, 보수-중도 세력이 '반(反)문재인 연대' 등으로 재편·통합될 것이란 가정 속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타진해본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와 김 의원은 각각 이명박·박근혜 정권 출범의 최대 공신이자 보수 정당의 대표를 지낸 '보수의 대주주'들이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발탁돼 1996년 신한국당 15대 국회의원으로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고, 차례로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다. 2007년 대선에서 홍 지사는 이명박 캠프, 김 의원은 박근혜 캠프 등에서 선거를 지휘하는 등 그간 몸담은 진영은 달랐지만 개인적 친분이 깊다.
앞서 홍 지사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혼한 것이 아니라 별거하는 중"이라며 "우파 대연합을 해야 좌파-중도-우파의 대선구도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토론에서도 "일부 '양아치 친박'만 빼면 자유한국당 내에는 친박이라는 계(系)가 없다"거나 "범우파 보수들이 다 모여서 정권을 만들면 '박근혜 정권 2기'가 아니다" "선거 땐 갈라치기를 하면 안 된다.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의원도 "친박과 친문 패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개헌을 고리로 중도·보수 진영이 힘을 합치자고 주장해왔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반 문재인' 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를 두고는 여러 관측이 엇갈린다.
우선 두 정당은 정책·이념 노선의 차이보다는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 친박과 비박계 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차를 조율하지 못하고 헤어진 측면이 크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친박 핵심 인사들이 주춤한 데다, 진보 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양 보수 정당이 통합 또는 연대에 나설 조건과 명분이 무르익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보수 핵심 표심과는 거리가 먼 국민의당이나,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 등 원외 인사들이 내건 '제3지대' '빅텐트'는 사실상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 140여석의 의석을 가진 보수 정당의 핵심들이 힘을 합칠 경우엔 폭발력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두 정당이 연대를 추진하더라도 변수는 있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될 경우, 홍 지사에 반감이 큰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 등이 선거 연대에 동의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 나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자유한국당 내 '탄핵 불복 세력'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친박 핵심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 인사들을 겨냥, "위장 보수와 어떻게 통합하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홍 지사와 김 의원 간에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중도 정당인 국민의당과의 연대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진 데다, 유력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 성향을 보이는 만큼 모두 끌어안고 가야 더불어민주당과 1대1 대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 1위 주자인 홍 지사로선 안 전 대표 등과 여론조사 등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할 경우 본인에겐 승산이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력 2017.03.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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