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세계 신규 조선 발주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하면서, 세계 조선산업이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그 여파로 우리 조선업계도 전년 대비 84% 감소했고, 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이 퇴출당했다. 산업도시 울산, 거제, 군산 등의 지역경제도 참담한 처지에 빠져 있다. 이에 정부는 '밑 빠진 독'이란 비판 속에서도 대우조선에 4조원대의 추가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56조원 이상의 총체적 국가 경제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질적 질병이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할까? 통증을 없애는 임시방편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일류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술 등 혁신적인 근본적 조치를 결행할 수도 있다. 현재 정부의 조치는 2020년까지 25조원을 지원하고 그중 11조원은 선박 252척을 발주하는 것이다. 이 조치가 조선·해양산업 회생의 근본적 처방은 되지 못한다. 오로지 현재의 고통을 덜어주는 임시방편적 조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혁명적이고 근본적인 조치는 무엇일까?

그동안 조선은 돛단배, 증기선, 디젤선으로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는 혁신적인 새로운 추진 기술이 채택되었다. 기존 세력의 저항, 신기술의 위험성, 신규 시장 개척 애로 등의 난제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혁신적인 우위성 신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함으로써 선박 운영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호전되고, 이로 인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물밑에서, 디젤엔진을 원자력엔진으로 대체하는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왜 하필이면 거부감이 많은 원자력일까?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이상 안전성이 높고, 물 대신 금속 냉매의 자연냉각 방식인 밀봉형의 소형 모듈형 원전(SMR)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SMR은 혁신적인 선박 추진체로, 러시아가 50년 이상 핵잠수함에 사용해 왔다. 그동안 선박 엔진으로서 기술성, 안전성이 입증됐다. 특히, 세계 원전 전문가 모임인 제4세대 원전포럼(Gen4)에서 가장 우수한 원전으로 선정되었고, 오바마 대통령도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공인했다. 이미 SMR이 장착된 핵잠수함이 450척 이상이고, 그 외 쇄빙선, 군용 선박 등에 SMR 1000기 이상이 장착되어 실용화됐다.

오늘날 우리 산업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선진국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신속히 활용하여 한발 앞서 상용화하는 국민적 특성 때문이다. 필자가 30년 전 국회에서 해양개발기본법을 제정 입법했던 것도 해양 강국의 꿈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이제 세계 조선·해양산업은 새로운 조선을 출산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은 디젤엔진 선박과 비교하면 월등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선적량, 운송 속도, 운송비 등에서 최소 2배 이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조선산업이 원자력 추진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여 조선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보여줄 때다. 이를 통해 우리의 조선해양산업 재생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식사회의 해양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