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군 복무 시절 전두환 당시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말한 이후, 20일 정치권은 '전두환 표창장' 논란으로 뜨겁게 가열됐다.

이 논란은 전날 이뤄진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가 '내 인생의 사진'으로 특전사 복무 때 찍은 사진을 보이며 "당시 제1공수여단장이 전두환 장군, (12·12 쿠데타 때)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말하며 시작됐다.


토론 직후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과거의 일일지라도 결코 자랑스럽지 않고, 자랑해서도 안 되는 일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서도 "그야말로 태극기 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문 전 대표 측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안 지사가 네거티브를 하니 당혹스럽다"며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병으로 군복무를 충실해서 받았던 부대장의 표창장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가 안희정의 정치가 아니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자가 보내온 글"이라며 "수십 년간 김대중, 노무현을 이어오면서 퍼부어지던 저주가 오로지 문재인만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비슷한 시각 안희정 측 인사들은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또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싫은 소리 한마디에 그렇게 분노하는 분들이 어떻게 100%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안 지사는 직접 나서서 "애국심에 기초한 문 후보의 말씀이셨을거라고 전 생각한다"고 진화하면서도 "그런데 그런 말씀에 대해서 좀 황당해하거나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당원도 있는 게 사실 아니냐. 문 후보가 그 당원들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평생을 민주화운동,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광주와 함께 산 저에게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진다"며 "아무리 경선 때문에 경쟁하는 식이라고 하더라도 그 발언을 악의적으로 공격거리로 삼는 것은 조금 심하다"고 했다.

범여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군인이었을 때 상관에게 표창장을 받는 것은 군 생활 잘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문 전 대표는 공수부대원이었다. 그때 군인으로서 충성을 다했고 표창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을 너무 많이 연결시키는 걸 저는 조금 상황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가 상대 당의 대선후보이지만 군 생활 중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병으로서 군 생활을 열심히 한 것을 두고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문 전 대표가 받은 표창장은 '전두환 개인'에게 받은 것이 아니라 '특공여단장'에게 받은 표창"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그들 모두를 국정농단세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문재인 캠프 측에서는 얼마 전까지 '전두환 표창장'을 가짜뉴스로 지목했는데 순식간에 가짜뉴스에서 진짜로 둔갑시킨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문 전 대표는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견해를 물어보자' 했던 사실이 폭로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꾸고 친북 안보관을 교묘히 숨기려 했던 전례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거짓말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궁색한 자세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대통령의 자질이 없음을 인정한 모양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