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던 경비원이 숨졌다.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전 9시 35분쯤 노원구의 한 아파트 9층 계단에서 경비원 양모(60)씨가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양씨는 이날 오전 9시 4분쯤 지하 1층에 있는 기계실에서 불이 나서 정전(停電)이 되자, 15층짜리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화재가 났으니 빨리 밖으로 대피하세요"라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는 "주민 몇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계단을 뛰어오르다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저씨는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1층 경비실 입구에 입주민들이 경비원 양모(60)씨에게 쓴 감사 쪽지가 붙어 있다. 양씨는 18일 오전 불이 난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다 쓰러져 숨졌다.

양씨 덕분에 주민 62명이 긴급 대피했다. 주민들은 "누군가가 집 밖에서 '나오세요'라고 외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전으로 멈춘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주민 7명도 무사히 구조됐다.

주민들은 양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가 일하던 경비실에 '아저씨는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꼭 기억할게요'라는 쪽지와 함께 하얀색 국화를 바쳤다. 주민 이예진(여·37)씨는 "무거운 택배가 오면 직접 주민들 집 앞에 놔둘 정도로 친절하신 분이었는데, 이런 일을 당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양씨는 한 중소기업 디자인팀에서 일하다가 은퇴하고 1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 일을 했다. 슬하에 1남1녀가 있는데, 큰딸이 지난해 결혼해 30일 전쯤 손자가 태어났다고 유족은 전했다.

이날 불은 기계실 전기 설비와 배관 보온재 등을 태워 13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를 내고 1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10시 47분쯤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지하 1층 기계실 입구에서 급수판 교체 작업을 위해 배관을 절단하던 중 불티가 배관 보온재로 옮아 붙으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