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가 가장 성공을 거둔 분야 중 하나가 관광이다. 2012년만 해도 한국 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명, 일본 가는 외국인 관광객은 836만명으로 한국이 일본을 278만명 앞섰다. 그해 연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한 뒤 일본의 역전(逆轉)이 시작됐다. 작년 한·일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24만명 대 2404만명으로 일본이 680만명 더 많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관광정책이 성공한 배경엔 일본 정치 특유의 두 가지 강점이 작용했다"고 했다. 우선 지난 정권이 해놓은 일이라도 필요하고 좋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이어가는 풍토가 모두에게 득이 됐다. 아베 정권이 관광 구호로 내세운 '쿨 재팬(Cool Japan·매력적 일본)'만 해도 2000년대 자민당 정권이 시작했다. 그게 민주당 정권을 거쳐 아베 정권까지 계속 이어졌다. 같은 기간 우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저마다 '코리아 스파클링' '다이내믹 코리아' 같은 구호들이 수시로 등장했고, 지금의 구호는 '이매진 유어 코리아'다.

각 부처가 같은 정책 목표를 협력해 추진하는 시스템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일본에선 '대통령 같은 총리'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의 '조율·통합'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주요 부처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을 날마다 최소한 10명 이상 집무실로 불러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몇 시간씩 현안을 묻고 조율했다.

이학주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관광 인프라 개선을 어떻게 관광청 혼자 해낼 수 있겠느냐"며 "아베 총리 주도로 이뤄진 부처 간 업무 조율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했다. 외무성은 동남아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관세청은 외국인이 쉽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관련 제도를 손보는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