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연 '후보자 비전대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태극기 부대'가 1500석 객석 가운데 절반을 점령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정견 발표에 나선 9명의 후보 대부분은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는 '박근혜 마케팅'을 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참석자들은 대회 시작 직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개××" "내려와" "빨갱이" 등을 외쳤다. 인 위원장 연설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후보.

정우택 원내대표 연설 중에도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야유와 고성으로 행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사회를 맡은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수차례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도 생중계되고 있다"고 제지에 나섰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직접 나서서 장내를 정리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진태 후보 지지를 위해 대회장에 나왔고, 네 번째 순서였던 김 후보 연설이 끝나자 상당수는 자리를 떴다.

후보들은 일제히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김관용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이 불편하시면 고향인 경상북도지사가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고, 원유철 후보도 "박 전 대통령께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 '내 작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안위가 달렸다'고 설득하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고 했다. 김진 후보는 "이번 대선은 박정희와 김대중·노무현의 싸움"이라고 했다.

17일 자유한국당 후보자 비전대회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들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연설을 하자 손으로 ‘×’ 표시를 하며 야유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만이 "제가 '이젠 박 전 대통령을 잊자'고 말했던 것은 대선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한마음이 돼서 대선에 임해야지 대선을 포기하고 탄핵 찬반으로 계속 끌고 갈 것이냐"고 했다. 홍 후보는 이날 대회장에 남아있던 '태극기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야유를 받았다. 조경태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를 237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인제 후보는 "불사조처럼 날아 대선 승리를 바치고, 우리 민족에게 위대한 통일을 바치겠다"고 했다.

후보 연설 후 인 위원장은 당초 예정됐던 마무리 발언을 생략하고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한국당은 비전대회 직후 책임 당원 70%, 일반 국민 30% 비율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18일 1차 컷오프 통과자 6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9명은 기탁금 1억원씩을 내고 후보 등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