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 ‘도로보테군’이 작년 11월 기자들 앞에서 시험 문제 푸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도로보테군은 AI로 시험문제를 푸는 도로보군에 답안을 종이에 직접 옮겨쓰는 필기기능까지 더한 모델이다.

2011년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는 "5년 내 도쿄대 입시에 합격시키겠다"며 인공지능(AI) 로봇 '도로보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도로보군'이라는 이름은 도쿄대(東京大)와 로봇을 합쳐서 만들었다.

과학 전문가들은 iPS 세포 연구와 함께 일본이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분야로 AI를 꼽는다. 도로보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일본 최고의 연구팀이 힘을 합쳐 AI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프로젝트이다.

연구팀이 도로보군을 만드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초·중·고 시험과 센터시험(일본 수능시험) 모의고사를 풀며 '수험 준비'를 한 뒤 2013년 처음 센터시험에 도전했다. 일본 사립대학 600곳 중 403곳에 합격할 가능성이 80%라는 결과가 나왔다.

도로보군은 매년 성적이 쑥쑥 올랐다. 작년 10월 센터시험에서는 전국 국공립대 177곳 중 23곳, 사립대 600곳 중 512곳에 합격할 가능성이 80%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도쿄대를 포함한 최고 명문 국립대들과 게이오·와세다대 같은 사립대는 못 가지만, 그 바로 다음 그룹 대학은 학과에 따라 합격이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도쿄대 합격은 어려울 것 같다"며 "도쿄대 합격은 포기하고, 앞으로는 주관식 성적을 올리는 연구와 어린이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연구로 방향을 돌리겠다"고 했다.

도로보군은 도쿄대 합격에 실패했지만, 일본은 이 프로젝트 5년을 통해 AI 연구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도쿄대 합격'이라는 목표가 일반 국민에게 AI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도 불러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작년 8월 도로보군 프로젝트 같은 AI 연구를 위해 10년간 20개 연구기관에 1100억엔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