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원내 지도부가 15일 4년 중임(重任)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改憲)안에 합의하고 5월 9일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부 대선 주자들도 반대해 성사 전망이 밝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개헌(改憲) 대 호헌(護憲)'이라는 대립 구도를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또 향후 개헌 작업에 힘을 붙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권형 개헌 합의

3당 원내 지도부와 국회 개헌특위 간사들은 "탄핵 사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분권형 개헌을 시급하게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주말 당 소속 의원들에게 법안 검토를 받은 뒤 다음 주말쯤 단일 개헌안을 확정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설득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선 전 개헌을 못박지 않으면 이후에는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이날 3당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국민의당은 당론이었던 '6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4년 중임제'를 수용했다. 국민의당 측은 "개헌에 가장 회의적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감안됐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개헌을 주장했지만 대통령이 외치(外治), 총리가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당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통화에서 "각자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최대한 추려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늦어도 28일 전후 발의돼야"

3당 원내 지도부는 개헌안 발의를 오는 28일 이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헌법과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 대통령이 20일 이상 이 내용을 공고해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일 18일 이전에 다시 공고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 본회의 표결과 국무회의 통과 기간까지 3~4일을 고려하면 목표 투표일 40여일 전인 28일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우 의원은 "1987년 개헌 당시에도 40일 만에 모든 과정을 거쳐 투표가 성사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교섭 단체 3당의 원내대표들이 1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헌 관련 논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키워드 정보] 분권형 대통령제]

첫 번째 관문은 개헌안 국회 발의와 의결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다른 3당의 개헌안에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은 3~4명 정도다. 민주당 개헌파 초선 의원은 "개헌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당 경선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함부로 다른 당 주도 개헌안 발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부정적인 점도 걸림돌이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 반대한다"고 했고, 유 의원은 "국회가 너무 앞서가고 있는데 졸속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주요 대선 주자 일부가 이탈하면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改憲 대 護憲' 구도 포석

이런 상황에서도 3당 원내 지도부가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개헌에 소극적인 문 후보를 겨냥해 현 정국을 '개헌 대 호헌'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헌 추진 의원들은 "대선 전 개헌에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대선까지 국민에게 개헌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문 후보 등의 개헌 약속을 확실히 끌어낸다면 그것도 성과"라고 했다. 문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6월)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3당 원내 지도부는 이런 점도 감안해 대선 때 국민투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대선 1년 안에 개헌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부칙을 넣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당 한 지도부 의원은 "문 후보가 자신의 '로드맵'이 반영된 개헌안에도 반대한다면 개헌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