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대선 불출마를 밝히면서 대선 레이스의 큰 변수 하나가 없어졌다. 남은 변수는 비(非)민주당 후보와 정당들의 합종연횡 정도다. 보수층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 출마에 기대를 걸었지만,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중도·보수 후보들의 연대 기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다른 정당·후보들이 "탄핵을 상징하는 박근혜 정권 인사와의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해왔기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한 표(票)가 완전히 분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각 당 후보가 정해지는 내달 초쯤 후보들 간 합종연횡을 통한 이번 대선의 마지막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종연횡 1차 변수는 한국당 경선 결과

향후 대선 구도는 한국당 경선에서 친박(親朴)계 후보가 뽑히느냐, 비박(非朴)계 후보가 뽑히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친박 후보가 선출될 경우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은 "친박 후보가 선출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 회복 차원에서, 또 검찰 수사 '버팀목' 차원에서라도 완주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연대' 가능성은 낮아진다. 국민의당은 물론 친박 패권을 비판하며 창당한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친박 후보와의 단일화는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단일화를 할 경우에는 3자 구도, 그렇지 않은 경우는 최소 4자 구도가 된다. 황 권한대행이 나올 경우 '다자 대결로 민주당의 쉬운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던 비슷한 구도가 되는 것이다.

“대선 안 나갑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비박계 후보가 선출될 경우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를 1차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중진 의원도 "한국당이 비박계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리모델링'할 경우 보수 대연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경우 개헌과 비민주당 연대 등을 명분으로 국민의당과 2단계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선은 과거처럼 1대1 구도까지 가게 된다. 여기서 변수는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이다. 4월 3일(결선투표 시 8일)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각 정파는 이번 대선보다는 '이후'를 각자 입장에서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민주당 진영이 힘을 합칠 경우 승산이 있는 상황으로 전개가 된다면 이른바 '제3지대' 단일화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 지지 누가 가져갈까

이 같은 측면에서 향후 대선 합종연횡은 결국 '황교안 지지표'가 누구를 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15일 황 권한대행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당에서는 "이제야 둑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황 권한대행이 저수지처럼 안고 있던 보수 지지층이 대선 '시장'에 풀렸다는 의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구?]

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10% 안팎 지지율을 기록해왔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 지지자의 66%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영남, 연령별로는 50세 이상 장·노년층의 지지가 많았다. 이른바 남아있는 한국당 전통적 지지층 대부분이 황 권한대행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당 선관위에 대선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위원장, 안상수·원유철·조경태 의원(가나다순) 등 6명이다. 여기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이 후보 등록을 준비 중이다.

한국당 전통 지지층은 후보를 선택할 때 대체로 지도자로서 실적, 당선 가능성, 이념적 지향, 정치적 경륜 등을 중시했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은 대체로 박근혜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경우가 많고 이 부분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한국당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등록한 후보들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이는 그리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한편 야권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 지지층이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옮겨올 것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