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6t이 넘는 미 해군 전폭기 F/A-18 수퍼호넷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더니 사뿐히 솟아올랐다. 메케한 매연이 다 가시기도 전에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린 두 번째, 세 번째 수퍼호넷이 요란한 발진음을 내며 잇따라 비행갑판을 차고 날아올랐다. 지난 14일 오후 취재진이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를 타고 울산 근해에서 훈련 중인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70, 10만1300t급)에 내렸을 때 펼쳐진 광경이다. 함재기들은 2분에 1대꼴로 쉴 새 없이 이륙했다.

'빈 라덴 제거' 특수부대 싣고 한국 온 美항모 칼빈슨호 -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70, 10만1300)급)가 15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칼빈슨호는 F/A-18E/F 수퍼호넷, E-2C 호크아이 등 74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칼빈슨호에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성공한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옛 네이비실 6팀)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빈 라덴 시신의 수장(水葬)이 칼빈슨호 함상에서 이뤄졌다.

지상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려면 300~400m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칼빈슨호에선 캐터펄트(catapult) 덕에 100m의 비행갑판으로도 충분했다. 캐터펄트는 원자로 증기를 뿜어 함재기가 짧은 활주로에서도 뜰 수 있도록 가속해주는 장비다. 2t짜리 승용차를 2400m 밖으로 내던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칼빈슨호엔 이 같은 캐터펄트가 4개 있어 최대 30초에 1대씩 함재기들을 공중으로 '발사'한다.

1982년 3월 13일 취역한 칼빈슨호는 길이 333m, 폭 77m로 축구장의 약 3배 크기다. F/A-18E/F 수퍼호넷, F/A-18C 호넷, E-2C 호크아이, EA-18G 그라울러 전자전(電子戰)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74대의 항공기를 싣고 시속 56㎞로 움직인다.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함(9600t), 이지스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9200t) 등 5척의 호위함까지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항모, 함재기, 호위함으로 구성된 항모강습단의 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 항모를 '바다의 요새' '떠다니는 해군 기지'로 부르는 이유다.

항모 승조원 5300여명을 포함해 칼빈슨 항모강습단의 전체 병력은 6500여명이다. 칼빈슨호에서만 하루 식사 1만8000끼가 제공된다. 물도 1500t씩 쓴다. 매일 2.5t의 세탁물이 발생하고, 우편물을 한 해 450t씩 처리하는 우체국을 비롯해 병원·교회·방송국도 있다.

칼빈슨호는 원래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3함대 소속이지만 지난 1월 5일 모항(母港)인 샌디에이고를 출항해 서태평양에 배치됐다.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7함대엔 이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배치돼 있다. 미국이 서태평양에서만 두 항모 전단을 운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칼빈슨호는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급파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태평양 배치 이후 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활동해온 칼빈슨 항모강습단은 최근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했다.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지난 며칠간 동해 상에서 우리 해군의 44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 2500t급 호위함 전북함 등과 함께 훈련하고 15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칼빈슨 항모강습단을 지휘하는 제임스 킬비 해군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칼빈슨호는 북한이 한국에 가하는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이번 입항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 해군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 해군과 함께 작전을 펼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격납고의 호넷 전투기 - 칼빈슨호 격납고에 F/A-18C 호넷 전투기가 결박돼 있다. 칼빈슨호에는 항공기가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도록 가속해주는 캐터펄트가 4개 설치돼 있다.
관제탑 '아일랜드' - 칼빈슨호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함교(艦橋). 평평한 비행갑판 위에 우뚝 솟아 있어 보통‘아일랜드’라고 부른다. 아일랜드는 항공모함의 모든 작전과 통제가 이뤄지는 곳이다.

칼빈슨호에는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데브그루(DEVGRU·옛 네이비실 6팀)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의 직접 명령을 받는 데브그루는 2011년 파키스탄에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완수한 부대다. 당시 빈 라덴 시신의 수장(水葬)이 칼빈슨호 함상에서 이뤄졌다. 데브그루는 우리 군 특수부대와 함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전쟁 지도부를 제거하고 지휘소를 폭파하는 '참수작전' 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칼빈슨 항모강습단은 오는 20일쯤 부산항을 출항해 동해와 남해에서 예정된 훈련에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