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이 15일 만나 5월 9일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부 형태는 4년 중임 대통령과 국회 선출 총리를 결합시킨 이원집정부제로 잠정 합의했다 한다. 그러나 민주당 문재인·안희정·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이 대선과 개헌 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하고 나서 이것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고 지방자치도 획기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권(分權)형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70% 안팎이 찬성한다. 탄핵 이후 이런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다. 문제는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개헌이 가능하겠느냐다. 시간도 부족하고 개헌안 국회 통과에 필요한 국회의원 3분의 2도 제1당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다. 재적 과반 의석이 필요한 개헌안 발의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주요 대선 후보는 대선 후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3당이 대선 때 개헌을 추진키로 한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들은 권력을 온전히 휘두르는 데 개헌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개헌을 무산시키기 위해 갖은 뒷공작을 벌일 가능성이 더 크다.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면 집권당 의원들도 상당수 따라갈 것이다. 이렇게 또 개헌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험한 갈등과 분열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그럴 수는 없다.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선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고 '정치'를 빼야 한다. 시간도 필요하다. 개헌을 너무 서두르다 보면 국가와 국민 아닌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바람직하지 않다. 이래서는 다음 대통령의 개헌 방해 공작을 이겨내기 어렵다.

국회 개헌특위는 1987년 이래 30년 만에 만들어졌다. 국회의원 299명 중 200명 정도가 분권형 개헌에 동조하고 있다. 개헌은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나 마찬가지다. 중요하고 절박할수록 가능하고 현실적인 길로 가야 한다. 대선 전에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 앞에 제시하고 여기에 의원 개개인이 실명으로 서명까지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선 주자들도 국회 개헌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확실하게 공약할 필요가 있다. 2018년에 대한민국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