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월 실업자 수가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17년 6개월 만에 가장 많다. 고령화로 인해 더 오래 일해야 하니 구직자는 1년 전보다 40만명 늘었는데 일자리 찾은 사람은 37만명 정도다. 나머지 3만여명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니 실업자 수가 더 불어나 135만명이 됐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우니 아예 구직을 단념한 사람도 5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사람들은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2월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됐던 2010년 1월만큼이나 높아져 5.0%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12.3%다.

신성장 동력은 보이질 않고 저성장이 굳어지면서 신규 일자리가 기대만큼 생겨나지 않는 데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는 계속 줄어드는 탓이다. 올 2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2000명 줄었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에선 사람 뽑기를 꺼리니 자영업자만 1년 만에 21만명 늘었다. 취업자 5명 중 1명꼴로 자영업자다. 영세한 자영업자 절반이 3~4년도 못 넘기고 문을 닫는다.

문제는 고용 한파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이 없으면 경기가 살아날 수 없고 경기가 침체하면 고용이 일어날 수 없다. 구조적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내수가 얼어붙은 것은 고용 불황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중산층까지도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가계소비성향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렇게 되니 자영업자 경기는 더욱 나빠져 내수 침체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악순환이다.

대선 주자들이 '일자리'를 외치지만 정작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전면 수술해서 '일자리 창출형 경제'로 대전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는 보이질 않는다. 유력 대선 주자가 내놓는 일자리 대책이란 게 고작 세금 풀어 공공 부문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원래 그 세금이 가야 할 곳에서 다른 비명이 나올 것이다.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경제의 활력 지수를 높여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의료나 관광 등 각 분야에서 꽉 막힌 규제로 일자리가 생기지 못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풀어주고,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 사람을 더 뽑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도 청년 고용을 위해 임금 인상 요구를 멈추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줄 때가 됐다. 이런 대수술 없는 일자리 대책은 선거용 사기(詐欺)나 마찬가지다. 국민이 간파해야 경제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