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 역사의병대·쉬핑뉴스넷 편집위원

반도체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87.3%에 이른다. 미국(10.6%)과 대만(2.1%)을 크게 앞선다. 선배들의 선지적 투자 덕에 다행히 우리나라도 세계적 전략 상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이번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은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완력으로 다른 나라의 안보 정책을 바꾸겠다는, 사실상의 무력행사인 것이다. 우리로선 퇴로가 없다. 굴복하는 순간 주권국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우리의 전략 상품인 반도체D램의 대중국 금수(禁輸) 조치로 국가 의지를 관철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국 기업들은 PC 및 서버용 D램 등에서도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기지인 성주를 폭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반도체D램을 전략 무기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재로선 사실상 적성국인 중국의 첨단산업이 성장하면 그 기술은 무기 개발에도 사용된다.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중국 내 첨단산업에 투자한 기업들은 초토화될 수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무역 보복이 지속된다면 반도체 수출을 불허할 수 있다고 우리가 선언만 해도 많은 중국 내 기업이 중국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한국산 반도체를 받기 위해 공장을 중국 밖으로 옮기거나, 제3국을 경유해 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므로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고 있고, 미국이 중국 제품에 무더기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다면 타격은 실로 클 것이다. 군사력 증강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이런 아킬레스건을 쥐었으니, 정부는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충분히 대적하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정치가 망치고 있다. 적은 이미 문밖까지 와 있는데 대통령은 유고(有故)이고 정치권은 사분오열돼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유력 후보들은 이상하게도 중국에 맞설 이렇다 할 전략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역사상 전쟁에서 이긴 약소국은 예외 없이 좋은 리더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왜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고도 이를 구사할 전략적 리더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