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조선대 교수

지루하고 힘들었던 탄핵 정국으로 이리 갈리고 저리 찢긴 국민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선 정국으로 바뀌게 됐다.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탄핵 반대 시위 중에 사상자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 대선 주자 모두 국민의 이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도모할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우리 현실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대선 주자들은 정권과 권력 획득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은 '촛불 민심'을 이용해왔을 뿐이다. 제1 야당은 정권 교체를 다 이룬 것처럼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있다. 제1 야당의 주장처럼 정권 교체로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참담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만연된 부정부패가 일소되고, 국민의 행복지수가 향상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서민 물가는 뜀박질하고 있다. 실업자는 사상 처음 백만 명을 넘어섰고, 청년 실업은 갈수록 최악 수준이다. 동북아 정세 또한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예측불허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구실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에 나섰고, 일본은 부산 소녀상을 문제 삼아 통화 스와프 논의 중단 선언과 함께 대사를 귀국 조치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대선 주자들은 투명사회 건설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외쳐왔지만 정치인과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끊임이 없다. 이는 부정부패 사범을 쉽게 용서하는 사회적 풍토와 무관치 않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권 남용도 일조해 왔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부정부패 사범은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 1순위가 돼야 한다. 그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복지정책 공약을 남발하기에 앞서 그 재원 마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재원 조달 방안이 없는 복지 공약(公約)은 그 수사가 화려할수록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지금 우리에게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그리고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처럼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를 만들어갈 지도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