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소고기 하면 마블링이 잘 형성된 1++ 등급을 최고로 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름 맛으로 먹는 높은 등급의 소고기보다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숙성 소고기가 인기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역시 숙성육 전문식당이 늘고 있다. 고기전문점에서 ‘숙성’은 가장 핫한 트렌드이자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가축의 근육은 도살 후 사후경직을 거치면서 점차 연화되고 풍미도 향상된다. 이런 변화가 진행될 수 있는 일정한 기간을 숙성기간이라 하고 이 기간 동안 방치해두는 것을 숙성이라 한다. 고기의 숙성은 보통 0~5℃의 온도에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행해진다. 숙성기간은 가축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닭의 경우와 같이 2~3일 소요되는 것부터 소와 같이 7~10일 정도 소요되는 것도 있다.

고기는 숙성되면서 사후경직이 풀리고 조직이 연화되며, 근육에 존재하는 카뎁신 효소에 의해 단백질이 가수분해되어 고기의 풍미를 향상시키는 유리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생성된다. 냉장고 온도 4℃에서 소고기의 경우 7~10일 정도 지나야 숙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고, 돼지고기는 1~2일만 지나도 숙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거의 모든 고기는 숙성육이다. 다만 숙성 기간과 방식에 차이에 따라 고기의 식감과 풍미가 다르다. 좀 더 오랜 시간 제대로 숙성시키면 지방 함량이 적고 질긴 고기도 부드럽고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육류는 종류에 따라 그 숙성 정도와 방법이 다른데 숙성 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소고기다. 반면 백색근섬유 비율이 소고기보다 높은 돼지고기의 경우 연도가 소고기처럼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숙성에 필요한 시간도 2~3일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숙성 돼지고기 판매’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보통의 육류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찌개 정도로만 끓여 먹던 돼지 전지 부위를 부드럽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숙성육 전문점들도 늘고 있다.

고기 숙성법에는 크게 건식숙성(Dry-aging)과 습식숙성(Wet-aging)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식육마케터인 김태경 박사는 고기의 숙성이란 썩힘과 삭힘의 위험한 경계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기를 잘 알아야 숙성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만약 집에서 고기를 숙성하고 싶다면 숙성된 고기가 어떤 맛이고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고기는 사람의 손을 타기 전에는 무균이다. 도축을 하고 칼을 타고 사람의 손을 타면 오염이 된다. 그래서 최대한 고기를 자르지 말고 덩어리째 숙성에 들어가야 한다.

우선 정육점에서 검수가 끝난 고기를 덩어리째 구입해 진공 포장한다. 이때 진공 포장이 어려워 랩을 감아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보다는 진공 포장 상태에서 숙성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큰 밀폐용기에 물을 받은 후 물 온도를 0~1℃ 사이로 유지한 다음 진공 포장한 고기를 넣고 뚜껑을 닫은 뒤 김치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고기를 1℃ 내외에서 워터에이징하게 되면 숙성 속도가 완만해진다.

숙성기간은 도축일로부터 20일 내외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고기를 잘 아는 셰프라면 도축일로부터 60일까지 한우 워터에이징을 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의 경우 고기의 초기 오염도를 모르기 때문에 20일 내외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숙성기간은 가공일자가 아니라 도축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선회는크게 두 가지로 즐긴다. 활어회와 숙성회다. 활어회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손질해 먹는 반면, 숙성회는 피와 내장을 제거한 뒤 일정 온도에서 저장한 후 먹는다. 한국에서는 손질과 유통 등의 문제로 활어회를 즐겨 먹었지만, 일본에서는 선어를 숙성시켜 회로 즐겨 먹었다.

생선은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하지만 숙성회에는 활어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특별한 ‘감칠맛’이 있다. 저온에서 서서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이노신산(Inosinic acid)의 함유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숙성회의 나라 일본에서는 이 이노신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생선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예전에는 2~3일 정도 생선을 숙성시켰다. 하지만 한국 활어의 탱탱한 식감에 반한 이들이 많아 숙성시간을 줄여 식감을 살린 회가 유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일본요리 전문점들이 생겨나며 숙성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생선을 맛있게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손질이 중요하다. 살아 있는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피를 닦아낸다. 이때 물로 씻지 않고 키친타월로 내장 막 안을 깨끗이 닦아내야 부패되지 않는다. 생선의 지느러미와 꼬리, 머리 부분을 제거하고 뼈와 살을 분리하여 살코기만을 추린다.

여기서 ‘선어’란 피와 내장이 제거된 채 유통된 생선으로, 신선한 물고기를 뜻한다. 보통 선어로 유통되는 생선에는 살아 있는 상태로 운반이 어려운 삼치, 참치, 민어, 방어와 같은 어종이 있다. 이 같은 어종들은 크기가 크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금방 죽기 때문에 산지에서 소비되거나 냉동으로 운반되곤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선어 상태로 운반하여 생선회로 먹으면 살코기가 얼어 있는 냉동어보다 생선회로 활용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활어회보다 깊은 감칠맛도 느낄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의 활어를 재빨리 손질하여 내장과 피를 빼낸 뒤 얼음과 함께 저온 유통시켜 신선한 상태의 횟감으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저온 유통 과정을 통해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이노신산(Inosinic acid)의 함유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어회는 활어회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보다 숙성회를 즐겨 먹는 일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전라남도 여수와 같은 몇몇 지역에서는 선어회의 맛 때문에 활어를 손질한 뒤 얼음과 함께 저온 숙성시켜 선어회로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집에서도 숙성회를 만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생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 회’ 광어의 경우 생선회를 뜰 수 있는 이라면 집에서도 가능하다는 것. 박준형 셰프는 집에서 숙성회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손질한 상태의 생선은 광어의 경우 4시간에서 하루, 도미는 3시간, 방어는 3일, 복어는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단, 사후경직이 빠르게 진행되는 도미는 찬바람을 바로 쐬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상온에 약 3시간 정도 두어 조직은 이완시킨 후 밀폐시켜 냉장고에 넣고 3일 정도 숙성시킨다. 복어는 바로 먹으면 풍미도 없고 썰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흡착지를 갈아주며 2~3일 정도 숙성시켜 회로 먹는다. 방어와 같이 크기가 큰 생선은 3일 정도 오랜 시간 숙성시켜야 맛있다.

생선의 숙성은 마법과 같다. 감칠맛과 씹히는 식감까지 바꿔주기 때문이다. 단, 육류의 숙성과 마찬가지로 썩힘과 삭힘의 사이에 있기에 전문가의 조언 아래 많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노하우를 얻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