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강동철 특파원

지난 8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형 쇼핑몰 메트레온 1층. '카페X'라는 커피숍에는 주문을 받는 종업원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없었다. 대신 흰색 팔을 가진 로봇 바리스타와 에스프레소 추출기, 주문용 태블릿 PC가 손님을 맞았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문을 연 로봇 바리스타 커피숍인 카페X에서는 고객들이 점포에 설치된 주문용 태블릿 PC나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카페X 앱'으로 커피를 주문한다.

카페X 앱을 직접 깔아봤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라테 등 7가지 메뉴가 떴다. 커피콩 품종도 쓴맛, 신맛 등을 고를 수 있었다. 커피 값은 태블릿 PC나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곧바로 로봇 바리스타가 움직였다. 로봇 팔이 커피 원액을 추출하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커피가 완성되기 직전에 문자메시지로 날아온 4자리 비밀번호를 앱에 입력하자 눈앞에 커피가 놓였다. 커피 주문→결제→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분에 불과했다.

로봇 바리스타의 커피 맛은 사람이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홍콩에 문을 연 카페X는 앞으로 미국·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헨리 후(Hu)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에게 최대한 빠르고 편하게 커피를 '테이크 아웃(포장 판매)'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미국에서 로봇의 사용 영역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조립 등 제조업에 주로 쓰여온 로봇이 요식업·택배·건설업 등 사람 노동력을 대거 필요로 했던 분야까지 잠식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로봇은 인간 일자리의 45%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커피 주문은 태블릿 PC로 -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쇼핑몰 1층에 있는 로봇 바리스타 커피숍인‘카페X’에서 고객이 태블릿 PC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주문에서 완성된 커피(왼쪽 아래)가 나올 때까지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알파고가 인간 통제 못 하게"… 美·日·유럽, 잇따라 AI 윤리지침]

미국의 3D(입체) 프린터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아피스 코르'는 지난달 러시아 스푸티노에 40㎡(약 12평) 규모의 집을 지었다. 이 회사는 3D 프린터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법을 썼다. 3D 프린터가 미리 입력된 집 설계도대로 콘크리트 구조를 만든 것이다. 사람은 집 안을 페인트칠하고, 가전제품 등을 옮기는 작업 정도만 했다. 이 회사가 집을 완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24시간, 비용은 1만달러(약 1150만원)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택배 업체인 UPS는 지난달 드론(무인기)을 동원한 운송 방식을 선보였다. 택배 기사 대신 드론이 고객 집까지 배송품을 운반한다. UPS는 드론 서비스가 상용화할 경우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와 누토노미는 각각 미국 애리조나주와 싱가포르에서 무인 택시를 시험하고 있다. 10년 뒤에는 로봇이 만든 피자·커피로 식사를 하고, 무인 택시로 쇼핑을 떠나며, 3D 프린터가 만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IT(정보기술)업계를 중심으로 로봇세(稅) 논란이 일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세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라도 로봇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연봉 5만달러를 받는 노동자가 소득세를 내는 것처럼 비슷한 수준의 일을 하는 로봇도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로봇세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로봇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로봇 개발과 생산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정부는 혁신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로봇이 발달할수록 인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를 보완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