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0일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 50분쯤 출근했다.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채 관용차량에서 내린 이 권한대행의 뒷머리에는 분홍색 물체 2개가 매달려 있었다. 이 권한대행이 머리에 볼륨을 넣을 때 주로 쓰는 '헤어롤'을 미처 떼지 않은 채 출근한 것이다. 이 권한대행은 카메라 플래시를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취재진에 가볍게 목례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10일 오전 7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탄핵 심판 선고일을 맞아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출근한 이 권한대행은 머리 미용 도구(헤어롤 2개·점선 안)를 미처 떼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짠하다' '얼마나 힘들고 정신이 없었으면…'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헌재 측은 "이 대행이 며칠째 밤을 꼴딱 새다시피 하다 보니 생긴 일 같다"고 했다. 이 대행은 13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을 비롯한 재판관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출근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의 피로와 긴장이 극에 달했다"며 "선고 기일이 임박하자 압박과 부담 때문에 한 재판관은 '서 있기도 힘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 재판관은 선고 다음 날인 11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주심이었던 주선회 전 재판관이 건강 악화로 선고 직후 휴가를 갔었다.

이날 헌재 안팎은 오전 7시부터 경찰과 취재진, 탄핵 찬반(贊反) 집회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헌재 근처 지하철역인 안국역 내부엔 '비상국민행동 ①, ⑥번 출구, 탄기국(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④, ⑤번 출구'라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오전 일찍부터 출구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쏟아져 나왔다. 헌재 가까이서 시위를 하던 탄기국 측의 '탄핵 각하' 구호는 헌재 청사 내부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미국·일본·중국·유럽의 외신 기자들까지 이날 헌재로 몰려들었다. 취재진이 500여명에 달하면서 헌재 청사 2층 대회의실을 개조한 임시 기자실(150석)은 물론 헌재가 임시로 취재진에 개방한 대강당(160석)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헌재 앞마당 잔디밭마다 들어선 방송 중계 부스에선 외신기자들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으로 탄핵 선고 결과를 실시간으로 리포트했다.

헌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고가 이뤄지는 대심판정에 입장하는 사람들 신원을 2차례에 걸쳐 확인했다. 대심판정 입구엔 금속탐지기가 설치됐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등 국회 쪽 탄핵소추위원과 그 대리인단,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빠짐없이 검사를 받은 뒤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