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 친박(親朴)계와 바른정당이 6일 국회에서 각각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을 주장하며 동시에 세미나를 열었다. 작년 말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새누리당 분당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친박·비박(非朴) 간 싸움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다시 표면화했다. 탄핵 결정 이후 벌어질 범여권 주도권 경쟁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여권 관계자는 "폐족(廢族) 위기였던 친박계가 태극기 집회 등을 계기로 재기(再起) 조짐을 보이자 바른정당이 긴장하고 있다"며 "탄핵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명분 싸움이 당분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친박계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통령 탄핵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통령 대리인단 서성건 변호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서 변호사는 "'최순실 게이트'는 일부 협잡꾼·양아치들의 음모에 반(反)대통령 정치 세력들이 연합한 것"이라며 "현 대통령을 임기 전에 쫓아내고 이러한 시류를 틈타 각 정치인들이 차기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고 했다. 이 자리엔 친박계 박대출·김진태·이종명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서 변호사의 강의가 끝나자 청중은 서로 나서서 국회와 언론을 성토했고, 서 변호사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같은 시각 '친박 세미나' 장소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선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주최로 탄핵 반대 움직임을 비판하는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후 진술 분석' 세미나가 진행됐다. 친박계 세미나에 대한 맞불 격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하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환기시켜 줘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탄핵될 수밖에 없는 근거들을 공유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박 대통령의 최종 입장을 보면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다. 일반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탄핵 인용 시 불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위축됐던 한국당 내 친박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계기로 세력화되고 있다"며 "탄핵 이후에도 이들과의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장외 여론전도 가열되고 있다. 친박은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여론몰이로 60대 이상 지지층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가짜 정보를 퍼트리지 마라'며 이런 확장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른정당 김성태 사무총장은 "탄핵안에 찬성했던 침묵하는 30여 명 한국당 의원은 수구 세력과 결별하고 정의의 편에서 바른 정치를 우리와 함께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신 적이 없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 왼쪽).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 ‘대통령 탄핵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양측의 대표격으로 나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 의원을 향해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신 적이 없는데 (윤 의원이) '옛 주군' 운운하고 있다"며 "친박 패권 세력이 내게 박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셔 달라 요구한 것을 거부하자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전날 윤 의원은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이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 같다"고 하자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호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말을 자신의 옛 주군에게 하고 있다"고 했었다. 윤 의원은 자신을 향한 김 의원의 공개 비판에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이 '막말'로 응대하고 있다"며 "아무리 탈당했다 해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대표까지 지낸 분의 도량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둘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윤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사석에서 막말을 한 녹취 파일이 공개된 이후 악연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