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어느 부부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읽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이 뇌출혈을 앓고 있는 아내를 5년간 간호해오다 최근 자신도 암에 걸려 아내를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도 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쓰러진 후 남편은 간병을 위해 하던 덤프트럭 일을 그만뒀다. 간병이 길어지면서 모아 둔 돈이 바닥났다. 남편은 평소 이웃들에게 "끝이 안 보인다"는 말을 하곤 했다.

부부가 비극으로 몰린 것은 결국 간병 때문이었다. 간병인을 쓸 경우 월평균 280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간병인 이용 가정의 85%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간병은 건강보험 혜택도 못 받는다. 할 수 없이 가족이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 실직(失職)'에 몰리게 된다.

치매 환자의 경우 지난해 68만명이었는데 2020년 84만명, 2030년 127만명으로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간병 수요도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각 가정의 고통도 같이 는다. 복지 사각지대도 많다. 스웨덴에선 노인 90% 이상이 가정에 거주하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간병, 식사 배달, 장보기 서비스를 받는다. 독일도 노인들이 요양 시설보다 집에서 생활하도록 유도한다. 정부가 목욕·식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가족이 돌볼 경우 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일본은 지역마다 치매·중풍 노인을 돌보는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 3명당 1명꼴로 간병인을 두고 있다.

5년 뒤 인구 5분의 1이 65세 이상이다. 우리 노인 빈곤율·자살률은 OECD 1위다. 최근 5년여 사이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보육(保育) 투자가 크게 늘었다. 반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간병 지원 정책은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보육 못지않게 노인 간병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