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마흔 살을 미국 뉴욕에서 맞았다. 그전 해에 그곳으로 1년 연수를 갔다. 미국 생활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미국 이발사들이 머리를 못 깎는다는 것이 유일한 불만이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면 문제가 없었지만 너무 비쌌다. 돈을 아끼려고 코리아타운 초입 지하철역 출입구 안에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이발소에 갔다가 시칠리아 조폭형으로 깎아놓은 머리 때문에 일주일간 외출을 삼가기도 했다(그 이발소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단연코 맨해튼 최저가에 깍두기 스타일을 구현해준다).

한국인이 운영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미용실을 찾아냈을 때 정말 기뻤다. 그래도 한국보다 무려 네 배 값을 치러야 했지만, 어쨌든 더 이상 만족스러운 곳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했던 대로 역시 머리를 잘 깎았고 또 친절했다. "요렇게 조렇게" 같은 말이 통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사람의 서비스가 요금인 매장에서 왜 또 팁을 줘야 하나, 같은 한국식 불만도 사라졌다. 팁 20%를 시원하게 얹어주고 문을 나서곤 했다.

몇 번 다녀 얼굴이 익었을 때쯤, 늘 내 머리를 깎던 미용사가 대뜸 물었다. "40대시죠?" 아니, 그걸 왜 묻나. 물을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이제 막 40살이 된 걸 어떻게 알았을까.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었으나 결코 좋지도 않았다. 40살한테 40대냐고 물으면 49살이냐고 물은 것처럼 들린다. 그분은 "남자가 40대가 되면 머리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말을 이어갔는데 나는 '그래, 나 40대다 왜! 49살하고 같은 40대라고!' 같은 말을 속으로 삭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미용실 발굴 순례에 나섰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에 얼마 전 이런 의견 전화가 왔다. "아무개 논설위원 칼럼을 즐겨 본다. 얼마 전 TV에 출연한 걸 보니 50대 같던데, 지면에는 젊은 시절 사진이 실린다. 나이에 맞는 사진을 실으면 더 친근할 것 같다." 그 논설위원 선배가 올해 딱 50이다. 지금 그 심정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그나저나 그 사진, 최근 모습인데 어쩌나. 더 늙어 보이도록 포토샵으로 만져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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