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은 아이스하키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부 수혈'에 가장 힘을 쏟은 종목이다. 한국으로 특별 귀화한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선수만 4명.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전체 한국 선수단 24명 중 러시아 출신이 10명이다. IBU(국제바이애슬론연맹) 월드컵에서 6번이나 우승을 맛본 티모페이 랍신(29)은 파벌 싸움이 심한 러시아를 떠나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러시아 4인방'은 "소치에서 쇼트트랙 빅토르 안(안현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평창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고 말한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뉴코리안’들이 총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이들은 모두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바이애슬론 대표팀 선수들이다. 왼쪽부터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 안나 프롤리나,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 티모페이 랍신.

썰매 종목의 유일한 귀화 선수인 독일 출신 아일린 프리셰(25·루지)는 한국인이 되기 위해 독일 국적을 아예 포기했다.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그는 진짜 한국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로 한국어를 익히고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주니어 시절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차지했던 프리셰는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재도약을 꿈꾼다.

피겨 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선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미국인 선수가 귀화를 추진 중이다. 지민지와 호흡을 맞추는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34)는 현재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남나리(재미교포) 코치의 옛 파트너였다. 한때 짝으로 빙판 위에 섰던 두 사람이 이젠 '사제지간'으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이다. 레프테리스는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지민지 측의 제안을 받고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외국 출신 선수만 '팀 코리아'를 위해 뛰는 게 아니다. 스키와 봅슬레이, 피겨, 컬링 등에서 50여 명의 코칭 스태프가 '평창의 꿈'을 닦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토비 도슨(35·스키) 감독도 그중 한 명이다. 2006 토리노올림픽 스키 남자 모굴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2011년부터 한국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왁싱(스키)이나, 썰매 날 관리 등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가진 외국 출신 코칭 스태프들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