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다음 주부터 비상경제대책단(가칭)을 구성해 매주 비상 경제 점검 회의를 열어 주요 경제 현안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인수위 없이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대통령이 다 됐느냐"는 비판도 있는 한편 "인수위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캠프(더문캠)는 28일 이용섭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경제대책단을 꾸리고 재정, 금융, 통상, 가계부채 같은 주요 경제 분야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선임해 경제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경제 특보도 겸임하기로 한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행자부 장관, 건교부 장관 등을 지낸 경제 정책통으로 꼽힌다. 문 후보도 매주 한 차례 이상 이 전 의원과 함께 비상경제대책단 회의를 공동 주재하기로 했다.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문 후보는 인수위 없이 임기를 바로 시작해야 하는 대선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인재 풀(pool)이 됐든 정책이 됐든 지금부터 다양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선거 때부터 주도적으로 경제 현안에 대응하자는 차원인 만큼 문 후보가 대폭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행사에서 조윤제 국민성장 소장으로부터 정책 제안서를 전달받고 있다.

비상경제대책단은 경제 위기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해 괜찮은 정책을 펴도 약효가 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가계 부채 ▲구조조정 ▲비정규직 ▲대미(對美) 무역 ▲환율 문제 등 위기관리가 필요한 경제 문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교수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국민 성장'이나 캠프 내 정책본부는 공약 등 중장기 경제 문제를 다루고, 비상경제대책단은 정부와 유사하게 현안을 직접 다루는 차이가 있다. 특히 문 후보 측은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현 정부와도 국가 경제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용섭 전 의원은 통화에서 "엄중한 시기인 만큼 야당도 그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만 하던 시각을 버리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경기가 어려우니 정부와 상의해 추경을 먼저 제안할 수도 있다"며 "황 권한대행도 민주당과 문 후보를 옛날처럼 적대감만 갖고 보지 말고 국익을 위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대미 흑자를 줄여가겠다고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춘다거나 주요 20개국(G20) 회의나 IMF(국제통화기금) 총회 등 3월에 국제 회의가 많은 만큼 미국의 무역 규제 압박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한 비상경제대책단이 캠프 단계부터 경제 현안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대선 이후 사실상의 예비 내각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캠프에 정책본부가 있긴 하지만 경제 현안에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보완 차원에서 기구를 구성한 것"이라며 "당의 후보가 되면 당을 포함해 수많은 인재를 모셔야 하는 만큼 현재의 캠프가 예비 내각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