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놓였던 대구·경북과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일단은 2025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첨복단지는 정부가 지난해까지 사업비 4927억원을 들여 세우고, 2035년까지 8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신약·첨단의료기기 개발 연구단지다.

28일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와 각 첨복재단은 2018년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2025년까지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신 각 첨복단지는 2025년까지 총경비의 50% 수준까지 자부담할 수 있도록 자립 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때까지 운영비 부족분은 정부가 80%, 지방자치단체가 20% 비율로 지원하기로 했다.

‘하버드급’장비 있는데… 운영할 연구원이 없다 - 지난 21일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의료기기지원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전자파 체임버에서 전자파 측정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전자파 체임버를 갖춘 곳은 국내에서 대구·경북 첨복단지가 유일하지만, 직원 부족으로 이 장비의 가동률은 지난해 30%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에 따라 올해 경비 337억원(대구 178억원, 오송 15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2018년 정부 지원금이 222억원으로 올랐다가 2025년까지 220억~240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2016년엔 두 첨복단지에 427억원(대구 221억원, 오송 206억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첨복단지들이 스스로 수입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기존에 금지됐던 외부 R&D 수주를 허용하고 △내부 인건비와 간접비를 계상할 수 있게 하고 △정부 R&D 지원 규모를 확대해주기로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협의 내용을 이르면 3월 중 국무총리실 산하 첨복단지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의료기기 산업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패 가능성도 커 웬만한 국내 업체들이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다. 이를 감안해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 기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자는 것이 첨복단지 조성 취지였다. 정부는 원래 각 첨복단지에 초기 운영비는 지원하되 2016년엔 50%, 2017년 30%로 지원비를 감축하고 2018년부터는 지원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었다. 대신 단지에 입주한 의료산업체들로부터 건물·장비 사용료 등을 받아 경비를 마련하고 민간 투자와 지자체 지원을 받아 자립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비 분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관련 부처도 서로 운영 책임을 미루면서 2018년까지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자 감사원은 지난 12월 두 첨복단지 존치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두 단지 운영비는 498억원인데 재단 자체 수입금은 22억여원으로 4.4%에 불과한 데다, 2년간 평균 가동률이 38%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인력 669명이 필요했는데 48%에 불과한 319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구·경북단지 신약개발지원센터에는 국내 유일한 높이 10m짜리 전자파 측정기 체임버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엑스선혈관조영장치 등을 한곳에 둔 영상검사실 등이 있다. 이런 최첨단 시설은 미국 하버드대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라고 한다. 장비는 '하버드급'인데, 정작 운영상 문제 때문에 연구 환경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 관계자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은 '돈 먹는 하마'처럼 보이겠지만, 신약·의료기기 개발 지원은 필요한 만큼 조금 더 지원하면 분명히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