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 경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를 맞아 58년 만에 그룹의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단안을 내렸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포함해 간부 9명은 전격 사퇴했다. 나머지 200여명도 각 계열사로 흩어졌다. 앞으로는 삼성의 각 계열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 인사와 채용도 그룹이 아니라 각 계열사가 하고 매주 열던 그룹 사장단 회의도 폐지된다.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문 닫는다고 한다. 외부 출연금이나 기부금 요청도 각 계열사 차원에서 검토해서 집행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뿌리는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이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명칭은 바뀌었지만 기능은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팀장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59개 계열사에 50만 임직원이 몸담은 400조원 매출의 대한민국 최대 그룹이 컨트롤타워 없는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이 세 기둥 역할을 하겠지만 총수가 그룹 전체에 관여하던 기존 경영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룹 차원 경영은 대규모 신사업 진출, 장기 미래 투자, 중복 배제를 통한 효율 경영 등의 장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총수 1인 지배로 인한 여러 부작용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삼성이 엮이게 된 것도 결과적으로 그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이 흔들리는 것을 반길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정치권력이 대기업에 손을 벌리는 관행은 사라져야 하고 기업도 제도적으로 정경 유착 통로 자체를 없애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