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이 치사량을 넘은 신경작용제 VX중독으로 15~20분 만에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란 부검 결과를 공개했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날 방사르에 있는 보건관리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 신경작용제 VX가 매우 심각한 마비 증세를 일으켰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확인됐다"며 "고용량의 VX가 사용돼 중독 후 15분에서 20분 사이에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VX의 치사량은 10㎎인데 치사량을 훨씬 넘어선 양이 김정남에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VX가 그의 심장과 폐를 비롯한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김정남은 VX에 노출된 지 수분 만에 증상을 호소했으며, 공항 내 치료소에서 거의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사타시밤 장관은 "부검 결과는 곧 경찰에 넘겨질 것"이라며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치과 기록을 활용하거나 몸의 점과 같은 특이점을 비교해 사망자를 식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부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시신 신원을 확인해 줄 유족이 나타나야 한다"며 "우리는 시신을 확인하고 DNA 샘플을 제공할 김정남의 유족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사타시밤 장관은 김정남을 병원으로 이송한 구급대원들도 VX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중독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었지만 시차를 두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