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제1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6일로 넉 달을 맞았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 종료(올해 2월 28일)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2월 27일)을 앞두고 본지는 그동안 제기된 주요 의혹을 정리했다. 〈1편〉에선 최씨의 주요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보도의 사실 여부를 짚어보고, 〈2편〉에선 박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싼 추문 보도의 진위와 '최순실 태블릿PC' '고영태 녹음 파일'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한다. 본지는 독자들의 제보·의견이 있으면 추가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02-724-5555)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뒤에서 위세를 부려온 정황이 담긴 각종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이 같은 보도는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철저히 조종당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했고, 국민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미확인 보도도 상당수였다.

'통일 대박'은 최순실 아이디어=상당수 언론은 박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통일 대박'이란 표현이 최씨 아이디어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통일 대박' 용어는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의 책 '통일은 대박이다'에서 나온 표현이었고, 지난 2013년 6월 20일 민주평통 간부위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신 교수의 책을 언급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작년 10월 29일 한 주간지는 "최순실씨 아들 김모씨가 청와대에서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최씨의 첫 번째 남편 김모씨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최씨 입김으로 청와대에 발탁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사 서류상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씨 아버지의 이름은 최순실씨 첫 번째 남편 이름과 다르고, 어머니 이름도 최씨가 아닌 강씨"라고 밝혔다. 검찰도 최씨의 가족관계 서류를 확인한 결과 "최씨에게 아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와대 침대 하나는 최순실 것=지난 2015년 1월 최민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고급 침대 2개를 사들인 사실을 공개했다.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러 언론은 이를 재조명해 '이 침대 중 하나가 최순실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1개는 2013년 대통령 여름휴가지 저도로 갔고, 나머지 1개는 대통령이 쓰고 있다"고 했다.

靑 경호실, 최순실 자택 경호=지난해 11월 KBS는 2013년 4월 대통령 경호실이 서울 청담동에 숙소를 마련했고, 이 숙소 100m 거리에 최씨의 거처였던 오피스텔이 있다며 대통령 경호실이 최씨를 경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숙소는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의 아들을 경호하기 위해 쓰인 곳으로 밝혀졌다. 경호원 숙소를 박지만씨 집과 그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중간쯤에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최씨 거처와 가까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당명은 최순실 작품=일부 언론은 지난 2012년 2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새누리'가 '신천지'의 순우리말로 최태민-최순실 부녀(父女)와 관련된 종교 단체와 연관된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태민씨가 교주였던 '영세교'는 '신천지'와는 관련이 없다. 당명 변경 작업을 했던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당명은 일반인 공모를 통해 결정됐고 최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 최순실을 '선생님'이라 불러=지난해 11월 본지를 포함한 일부 언론은 검찰이 압수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박 대통령이 "최 선생님 의견은 들어봤나요?" 등의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본지가 검찰이 압수한 '박근혜-정호성' '정호성-최순실' '박근혜-정호성-최순실' 대화 녹취를 확인한 결과 박 대통령이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대목은 없었다. 검찰도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선생님'으로 지칭한 문자 메시지는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이 靑 경비 책임자 경질=지난해 10월 28일 한 신문은 최씨가 2014년 초 당시 청와대 경찰 경비 책임자인 원경환 당시 경호실 경찰관리관(경무관)과 김석열 101경비단장(총경)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관들이 청와대를 출입하는 최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검문검색을 했기 때문에 좌천됐다는 의혹 제기였다. 하지만 원 경무관은 "인사 주기에 따라 정상적으로 발령 난 것일 뿐 좌천된 게 아니다"고 했다. 해당 보도를 한 신문은 이후 "좌천성 인사가 아니었다"며 정정 보도를 했다.

최순실 일가 재산 10조원=지난해 12월 23일 한 신문은 "독일 검찰과 경찰이 최씨 모녀가 독일 등에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 특검팀은 "독일 검찰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특검은 전담팀을 꾸려 최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해왔는데 현재까지 최씨 일가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박 대통령 비하=지난해 10월 30일 야당 일부 의원은 "오늘 아침 미국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여자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 대통령을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틀 뒤 한 방송은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한 네티즌이 트럼프 사진에 관련 내용을 합성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가짜 뉴스'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