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23일 교수·전문가 등 700여 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 '국민과 함께하는 전문가광장'을 출범시켰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작년 10월 1000여 명에 이르는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이미 발족해 활동 중이다. 야권은 '정책 경쟁'이라고 하지만, "세(勢) 몰이, 줄 세우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양측은 명단 일부만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명단이 다 공개되면 양쪽에 줄 선 '이중 가입자'들이 대거 나올지 모른다"는 말도 나왔다.

안 의원은 이날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전문가광장' 창립대회 기조연설에서 "지금 대선 주자 가운데 과거 청산과 미래 대비를 위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사람은 저밖에 없다"며 "누구와도 언제든지 토론을 통해 제 경쟁력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교육 개혁, 안보 정책을 언급하며 "이 세 분야는 모두 여기 계신 전문가들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길게는 5년에 걸쳐서 열심히 토론하고 함께 만들어간 공약"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전문가광장’ 창립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안 의원 오른쪽은 전문가광장 상임대표인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 왼쪽은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상용 전 주일 대사다.

전문가광장 상임대표엔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공동대표는 김만수 예비역 공군 준장(국방), 김태일 노동정치연대포럼 대표(노동),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교육), 이혜주 중앙대 명예교수(문화·예술), 조세환 한양대 교수(국토·환경), 천근아 연세대 의대교수(여성·청소년)다.

안철수 의원의 '전문가광장'은 문재인 후보의 '국민성장'과의 차별점으로 '지역 특화 조직'을 꼽았다. '전문가광장' 집행위원장 김종현 동아대 교수는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전문가들을 권역별로 모아 '지역 밀착형' 정책과 공약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인천·경기(모세종 인하대 교수), 대전·충청(이창기 대전대 교수), 전주·전북(이방식 전주대 교수), 광주·전남(전덕영 전남대 교수), 대구·경북(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부산·경남(장익진 부산대 교수) 등 6개 권역 대표를 임명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성장' 지역분권성장추진단은 8개 추진단 중 1개일 뿐이지만 우린 권역별 조직을 분과별 조직과 '양대 축'으로 뒀다"고 했다. '전문가광장'은 또 ▲정치·외교·안보 ▲경제 ▲기업·산업 ▲문화·예술 ▲노동·복지 ▲성 평등·육아 ▲교육·과학 7개 분과를 마련했다. '국민성장'의 분과별 연구위원회도 7개다.

지난해 10월 500여 명 규모로 출범한 문재인 후보의 '국민성장' 참여자는 최근 1000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 장차관 그룹 '10년의 힘', 외교관 그룹 '국민아그레망', 군(軍) 출신 그룹 '더불어안보포럼' 등 외곽 자문단도 속속 발족했다. '전문가광장'에 참여한 외교·안보 인사는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김만수 예비역 공군 준장,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견병하 예비역 해병 준장 등이다. 일각에선 이 분야 인재 '풀(pool)'이 문 후보에 비해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광장' 측은 "안 의원 정책네트워크 '내일' 등에 외교관과 군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향후 이들도 합류하거나 별도 외곽 조직을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전문가광장'은 참여자 700여 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 측도 '국민성장' 참여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종현 집행위원장은 "각종 기관에 현직(現職)으로 있는 분도 많아 명단 전체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