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 작전이란?]

"반평생 뱃사람으로 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제 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일로 인생 2막을 열고 싶습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64)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고교 졸업 후 47년 만에 학사모를 썼다. 한국방송통신대는 22일 석 선장이 이 대학 청소년교육과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197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석 선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바로 해군에 입대해 5년 4개월간 복무하고 하사로 전역했다. 1977년부터는 외항선(外航船)을 탔다. 군 생활까지 포함하면 40여 년을 뱃사람으로 살았다.

여전히 '선장'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는 그는 6년 전 조타기를 놓아야만 했다. 2011년 1월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당시 그는 감시 속에서도 구조 시간을 벌려고 일부러 엔진을 고장 냈다. 해군은 그 덕분에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선원 21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그러나 해적들이 쏜 총알 6발이 석 선장 몸에 박혔다. 280여 일 투병 생활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병상에서 일어선 석 선장은 2012년 5월 해군교육사령부 안보교육담당관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군 장병과 시민들에게 강연하는 계약직 군무원(軍務員) 자리다.

젊은 세대를 만나면서 따돌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이 있다는 현실을 접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바른말 한마디만 해줬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배를 타 보면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석 선장은 2013년 방송대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그는 학구열을 불태웠다. 매일 오전 4시쯤 일어나 2~3시간씩 공부하고 출근했다. 그 결과 입학 4년 만에 '칼졸업'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4년 졸업은 전업 학생을 포함해도 25%밖에 안 된다"고 했다.

석 선장은 졸업과 함께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증을 땄다. 그는 "어떤 지위에서든 청소년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실 뻔해요. '실패는 괜찮지만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옳은 일을 하면 언젠가 보답이 온다'입니다. 그래도 내가 실제 그렇게 살아온 경험을 담으면 학생들에게 가닿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