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이자 국내 바이오 산업의 개척자인 신승일(79·사진) 박사가 입학 60년 만에 서울대 졸업생 대우를 받는다. 서울대는 오는 24일 졸업식에서 신 박사에게 명예 졸업 증서를 수여한다고 21일 밝혔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신 박사는 1957년 서울대 화학과에 입학해 여섯 학기를 다녔으나 개인 사정으로 휴학한 뒤 복학하지 않아 1962년 제적됐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 새로 입학했고 브랜다이스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 박사는 박사 학위 취득 후 네덜란드 레이던대 유전학연구소와 영국 국립의학연구소, 스위스 바젤면역학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에서 활동했다. 1972년부터는 미국 뉴욕 알베르트아인슈타인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이 시기 그는 암세포의 변화 과정을 연구할 때 면역 시스템이 없는 돌연변이 쥐인 '누드 마우스(nude mouse)'를 이용하는 방법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업적을 세웠다. 오늘날 이 방법은 암 치료제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생명과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신 박사는 1982년 돌연 미국 교수직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걸음마 단계에 있던 국내 바이오산업을 일으키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생명과학 기술 개발 업체인 '유진텍인터내셔널'을 세우고 국내 젊은 유전학 연구자들을 모아 훈련시켰다. 또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해 1986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모든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가 되게 했다.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도 공동으로 창업했다. 1994년에는 유엔의 국제백신연구소(IVI)를 서울에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성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신 박사가 생명과학의 산업화와 백신 개발에서 쌓은 업적과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해외 체류 중 명예 졸업 소식을 접한 신 박사는 "모교와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어서 한 일일 뿐"이라고 했다고 서울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