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썰매의 기적'을 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자 2인승 봅슬레이의 원윤종(32)·서영우(26)조의 썰매에 제동이 걸렸다. 원윤종·서영우는 지난 시즌(2015~2016) 한국 썰매 사상 처음으로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면서 '평창 금메달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엔 총 8차례 월드컵 중 2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7차까지 치러진 이번 시즌엔 정상은 고사하고 동메달 1개(1차 대회) 뿐이다. 세계 랭킹도 현재 7위까지 떨어졌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원윤종·서영우는 18~19일 열린 2017 IBSF 세계선수권대회(독일 쾨니히스제) 남자 2인승 부문에서도 1~3차 시기 합계 2분29초67로 36개 출전팀 중 21위에 그쳤다. 20위 이내 팀에게만 주어지는 4차 시기는 달리지도 못했다. 21일 예정된 귀국 환영 행사도 취소됐다.

그동안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원윤종·서영우 조가 타는 썰매다. 원래 라트비아산 썰매를 탔던 원윤종·서영우는 장기적으로 평창에서 '국산 썰매'로 달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두 개의 썰매를 번갈아 타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7차 월드컵 때는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썰매를 탔다. 실제 월드컵 대회에서 국산 썰매를 탄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둘의 7차 월드컵 성적은 11위였다.

현대차 썰매를 타고 참가한 두 대회(7차 월드컵, 세계선수권) 성적이 모두 부진하자, 팬들은 '현대차 썰매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쾨니히스제 코스는 원윤종·서영우 조가 지난 시즌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코스이기도하다.

전문가들은 '100분의 1초'까지 가리는 싸움에선 썰매의 아주 작은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관계자는 "두 선수가 국산 썰매의 성능엔 만족하고 있다. 다만 썰매는 핸들 무게만 미세하게 바뀌어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새 썰매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동계 올림픽 종목 봅슬레이란?]

이번 시즌 중반 스위스 출신의 장비 담당 스태프가 교체된 것을 두고 일부에선 '스태프 교체가 장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두 선수의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초 서영우는 허리 부상, 원윤종은 올 시즌 직전 목과 허리 부상을 당했다. 허리 부상은 선수들이 썰매를 밀고 달려나가는 '스타트 구간' 기록 단축에 치명적이다. 관계자들은 "두 선수가 부상을 안고 수개월 동안 해외를 떠도느라 많이 지쳐 있다"고 전했다.

썰매계는 "1년이 남은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홈그라운드 이점'이 크다. 썰매 종목에선 코스 적응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 선수들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의 코스를 수백번도 더 타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40번 정도밖에 탑승 기회가 없다. '악마의 9번 코너'로 불리는 평창의 난도 높은 구간도 충분히 연구할 시간이 주어진다. 원윤종·서영우는 다음 달 17일 평창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이곳에서 열리는 IBSF 8차 월드컵에 출전한다.

현대차 썰매 연구팀 관계자는 "공기저항, 가속력 등 국산 썰매의 성능은 유럽 썰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다. 대표팀도 "국산 썰매는 둘의 체형에 맞게 제작됐기 때문에, 원윤종·서영우도 유럽산 썰매보다 편안해한다"고 했다. 결국 평창까지 두 선수의 컨디션 조절, 코스 연구, 썰매 적응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