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 1위에 오른 더스틴 존슨과 두 살배기 아들 테이텀.

"그동안에도 내가 실력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했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세계 최고 골퍼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20일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한 미국의 장타자 더스틴 존슨(33)은 신바람이 났다. 그는 이날 막을 내린 미국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LA인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 제이슨 데이(호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존슨은 대회 기간 약혼녀가 둘째를 임신했다고 밝히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그가 '넘버1'이 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 2013년 모델과 가수로 활동하던 폴리나 그레츠키와 약혼한 일이었다. 폴리나는 아이스하키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딸이다. 이후 '예비 장인' 그레츠키는 존슨에게 스포츠맨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됐다. 존슨은 어린 시절부터 농구와 수영 등을 고루 잘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193cm, 86kg 체격에서 33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를 바탕으로 2008년 PGA 투어 데뷔 이후 매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약혼 이듬해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투어 활동을 6개월간 중단해 약물 복용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고, 메이저 대회에선 여러 차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웨인 그레츠키는 "내게 하키가 그랬듯 너에게 골프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격려했다.

존슨은 2014년 여름 피지컬 트레이너에게 "메이저 우승과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자청했다. 타이거 우즈의 옛 스윙 코치였던 부치 하먼에게 레슨을 받으며 단점으로 꼽히던 쇼트 게임도 보완했다. 결혼식도 목표를 이룬 뒤 하겠다며 2017년 말로 미루었다. 존슨은 지난해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존슨은 이날 13승째를 기록하며 데뷔 첫 시즌부터 10시즌 이상 연속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1960년대 이후 이 기록을 세운 건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