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해연·배우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 저…. 문 좀 열어도 될까요."

"안 돼 안 돼. 못 들어오게 할 거야."

건물 입구에 덩치 큰 남학생이 벌어지는 문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버티고 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말투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문밖에는 학생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 나가야 되는데 문 열어야지. ○○야, ○○…."

남학생은 시선을 내리깔고 아예 유리문에다 머리를 붙이고 있다. 문을 열지 않겠다고 온몸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이런 일을 오랜 시간 겪어온 사람답게 의연하고 침착했다.

"어머머. 쟤, 왜 저러는 거야." "에고, 쯧쯧, 엄마가 고생이네…."

사람들이 쏟아 내는 소리가 밖의 칼바람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아이 엄마 얼굴이 빨갛다 못해 파랗게 얼어 가고 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건장한 체구의 중년 남자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아이는 맥없이 밀려났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문안으로, 밖으로 밀려들어 오고 나갔다. 멍하니 서 있던 나는 나가지 못하고 다시 문안에 갇혔다. 아이가 다시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마주 선 그 아이 엄마 얼굴 위로 자폐아를 키우던 선배 얼굴이 겹쳤다. 어떻게든 아이를 세상 속에서 살게 해주려 애쓰던 선배의 삶은 하루하루가 처절한 전쟁이었다. 어느 순간 그 선배마저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 버렸다. "세상은 우리 아이 같은 사람들을 끝없이 격리시키려고만 해."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 버린 아이 손을 잡고 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호기심이나 값싼 동정, 혹은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이들에 대한 짜증 말고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텐데. 하지만 나는, 우리 대부분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와 조금 혹은 많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때 지켜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예의. 그것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