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상장기업 단체들이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규제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권을 무방비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코스닥협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6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상법 개정안이 재벌 개혁을 내걸고 추진되지만 (실제) 적용 대상의 86%는 중소·중견기업"이라고 밝혔다. 경영권을 안정시켜 더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할 중견·중소기업들에 족쇄가 걸린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심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선임 때 의결권을 한 곳에 몰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을 따로 뽑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담고 있다. 야 3당은 상법 개정안이 재벌 총수의 경영 독주를 막기 위한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며 2월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기업 오너의 전횡은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안의 대주주 규제는 러시아 등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과잉 규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영국 같은 선진국은 오히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차등 의결권(적은 주식으로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만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더 규제하겠다니 투기 자본의 공격 앞에 무방비로 벌거벗으라는 말이라고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이 법안에 대해 사회적 토론은커녕 국회 차원의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도 야당 측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해서라도 2월 국회 중에 처리하겠다고 한다.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