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광산을 헤매며 마주한 백야와 설원. 그 전율은 곧 몇 줄의 시가 됐다. "대륙의 겨울은 홀로 침잠하기 좋은 계절이었죠."

[문정희 시인은 누구?]

송종찬(60·사진) 시인이 10년 만의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문예중앙)을 펴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대기업 철강 회사 러시아 법인장으로 체류하면서 겨울과 러시아와 러시아의 폭설을 시로 옮겼다. "주로 모스크바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떠올렸죠." 시 '야간비행' '대륙의 밀실에서' 등은 모두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낳은 시"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에게 '내면의 고향'이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에서 공부하며 러시아 문학을 탐닉했고, 지난해엔 그간의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시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을 현지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시집 출간은 선배 문정희 시인이 출판사에 적극 추천하면서 이뤄졌다. 문 시인은 "한국 시의 본래 정서를 잃지 않고 대륙의 거대함을 흡수하는 태도를 높이 샀다"고 말했다.

1993년 데뷔작 '내가 사랑한 겨울 나무'부터 시집 '그리운 막차'(1999),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2007)까지 그의 시 대부분은 겨울에 쓰였다. 특히 눈과 관련된 시가 많다. 그리고 폭설처럼 감정의 지붕을 무너뜨린다. 그가 대표작으로 꼽은 '눈의 묵시록'이 그러하다. '눈이 따스한 것은/ 모든 것을 다 태웠기 때문/…/ 갈 데까지 간 사랑은/ 흔적이 없다.'

표제작이 뿜어내는 강렬함은 이념과는 무관한 서정의 힘이다. '간밤 당신이 그리 오시려고/ 자다 깨다 반복했었는지/ 창밖 내미는 손길 위에 첫눈.' 시인은 "예보 없이 내리는 첫눈 같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