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60여명은 12일 7시간 토론을 통해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신환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쪽으로 탄핵 심판에 대한 결론을 내더라도 거기에 승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바른정당은 이날 창당한 지 한 달도 안 돼 정당 지지도가 5%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에 빠지자 이를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끝장토론'을 열었다.

오 대변인은 "국정 농단 세력과는 앞으로도 연대가 없을 것이며 새누리당과 당 대 당 통합도 없다"며 "바른정당은 우리 당 후보로 대선을 치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대해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책임 정치 차원에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오 대변인은 '헌재 판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헌재 판결에 대해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승복하자는 차원이지 헌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원내 및 원외위원장 대토론회에 참석한 바른정당 지도부.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오른쪽 사진은) 김무성 의원.

[바른정당의 소속 의원들은 누구?]

이날 토론회는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됐다.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105가지 당면 과제를 모았고, 이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당 정체성 확립 ▲인재 영입 ▲지역 정치 기반 활성화 ▲현안 대응 속도 강화 ▲보수 단일화와 대연정 등 다섯 가지 사안을 토론했다.

위기 상황에서 열린 이날 토론은 시작부터 무거웠다. 정병국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병들게 한 패거리 정치와 결별을 선언하며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새누리당을 나왔는데, 여러 가지 지표상 나타나는 당의 위상은 참혹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토론 초기엔 김무성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대연정론(大聯政論)'과 유승민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부딪혔다. 김무성 의원 측 김성태 의원은 유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연정론 등으로 정치 지형의 판을 바꾸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바른정당의 프레임을 중도 보수에 국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 지사도 "이번 대선을 보수와 진보 싸움 프레임으로 가는 전략은 필패라고 생각하고, 패권인 '올드(old)'와 그렇지 않은 '뉴(new)'의 대결 구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 측은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후보와는 단일화가 가능하다"며 "특히 보수 지지층의 단일화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유 의원 측은 연정론에 대해서도 "연정을 하려면 개헌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시국에 개헌을 통한 개혁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토론 중 "최근 당의 위기 중 하나가 유승민·남경필 두 후보의 현격한 입장 차라고 보는데, 이 간극을 극복 못 하면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무성 재등판론도 솔솔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강연을 맡은 박상병 인하대 초빙 교수가 "재등판이 옳다"는 취지로 대답하자 김무성 의원은 웃었고, 유승민 의원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바른정당은 이날 늦은 밤까지 토론을 벌여 양측의 충돌을 일시 봉합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범보수 연합론, 대연정 등의 문제로 당이 제대로 된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선룰은 2월 20일까지 완성한 뒤 당을 경선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김무성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창당(1월 24일) 이후 줄곧 부진한 상태다.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올해 초 9%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지난주 7%까지 떨어졌다. 리얼미터의 1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13.4%를 기록했던 당 지지율이 지난 9일 조사에선 5.8%로, 원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6.8%)보다 낮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