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상 정치부 차장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 2017년 2월 3일은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날은 그동안 우호 관계로만 지내왔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처음 충돌한 날이다. 안 지사의 '대연정(大聯政)' 때문이었다.

안 지사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국가 개혁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했지만 새누리당에도 문을 열어 놨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대 과제를 '대청소'와 '대연정'으로 보는 두 사람의 인식 차이가 확연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협치를 하겠다는 큰 뜻은 비슷하다"며 봉합에 나섰지만 안 지사는 대연정을 밀고 갔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지사가 정말 새누리당까지 연정 대상에 넣고 있다면 시비를 분명히 가릴 것"이라고 했고, 안 지사 측 역시 "연정은 안 지사의 핵심 철학"이라고 했다. 경선 과정에서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경선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국민경선'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과 조직력의 영향을 받는 경선에서 대연정이라는 주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이 통념이다. 2005년 여름 노무현 대통령이 불쑥 던진 '대연정'과 그로 인한 야권과 호남의 반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진보는 "어떻게 가져온 정권인데, 뭘 나눈다고?"라며 분개했고, 보수는 "이대로면 다음은 통째로 먹는데 왜 지금 나눠"라며 웃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포럼 대구·경북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왼쪽). 안희정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오른쪽).

"만약 연정이 성사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동 의총을 하면 어떻게 될까."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의 비서 윤태영에게 물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대연정이었다. 여소야대 국회, 어느 한 쪽이 망해야 다른 쪽이 살 수 있는 정치 구도를 깨기 위해선 권력 분점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7월 10일 안희정은 대통령에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대통령은 "지역 구도와 정치 구도를 한꺼번에 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 노 대통령은 문 전 대표에게도 비슷하게 설명했을 것이다. 윤태영은 대연정과 지역 구도 타파를 노무현의 '통합과 공존' 관점에서 설명했다. "영호남에서 동시에 지지받는 첫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문 전 대표 발언도 노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윤태영 영입을 두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은 신경전을 벌였지만 윤태영은 안 지사를 선택했다. 이유는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대청소 대 대연정'이라는 구도가 명확해졌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안 지사를 향해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며 "지금의 반짝 상승은 보수표 덕분인데, 당내에선 마이너스"라고 했다. 그게 일반적 해석이다. 안 지사는 여전히 야권 지지층에선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뒤진다. 대연정이라는 노무현의 꿈이 유산(遺産)이 될지 부채(負債)가 될지 민주당 경선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