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전면 가동 중단'된 지 1년이 된 10일 주요 대선 주자의 개성공단 재개를 둘러싼 태도가 여야(與野) 구분을 넘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간 개성공단과 같은 북한 관련 사안에서 여당은 '제재', 야당은 '교류' 의견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에선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온도 차이는 있지만 북의 변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재개론'을 전개하며 새로운 '중도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다.

대선 주자 중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남북 관계 개선과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공단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근거로 무조건적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서 "(개성공단은) 경제적 측면 말고도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시켰다"며 "하루빨리 피해 기업들의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이루면 애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개성공단 철수는 명백히 현행 대한민국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공단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 측은 "개성공단이 불법적으로 폐쇄되면서 입주·협력 기업이 도산 직전에 이르렀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실상 현 상태에선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개성공단 재개를 찬성한다. 하지만 안 지사는 공단 재가동을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집권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 및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는 개성공단과 같은 대북 사업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재개가 어렵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는 상황에서 한국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풀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도 안 지사와 비슷하다. 공단 재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공단 폐쇄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2건 등 국제사회 흐름을 감안할 때 당장 재가동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안 의원은 즉각 재개를 주장하는 국민의당 당론(黨論)과도 다르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유엔 제재안을 보면 우리가 현금을 지불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개성 공단을) 출입하는 물품에 대한 여러 구체적 제재가 있다"며 "제재안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도 제재받는다"고도 했다.

유승민 의원도 10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변화가 있기 전에는 경제나 인도적 교류 등 다른 방면의 남북 관계 개선이 이뤄지길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개성공단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조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통일부는 정치권에서 개성공단 재개 논란이 계속되자 10일 정준희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순현금인 1억달러(약 1150억원)의 비중은 만만치 않다. 국제 제재로 여러 가지 사업이 차질을 빚는 등 그런(경제)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미국, 일본, EU, 호주 등 주요 국가의 독자 제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북한 압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