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원 강원취재본부

몇 년 전 여름 오사카에 다녀왔다. 일본 여행은 처음이었다. 일행은 다들 침대가 있는 호텔 대신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旅館)에서 묵자고 했다. 일본식 돗자리인 다다미가 깔린 방에 요를 펴고 누웠는데 의외로 푹신했다.

며칠 전 한 강원도 지역 공무원과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얘기를 나누다 다다미가 화제에 올랐다. 그는 "일본은 다다미 방을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는데, 우린 온돌방에 침대가 없다고 외국인 손님 준비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 겨울 들어 평창과 강릉의 올림픽 경기장에선 세계적 선수들이 참가하는 '테스트 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강원도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련해 놓은 문화 행사도 다양하다. 그런데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 등이 동계 스포츠까지 손을 뻗쳐 사익(私益)을 노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올림픽에 대한 국민 관심은 크게 식은 듯하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올림픽 분위기 낼 때냐"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내년 이맘때 외국인 수십만 명이 몰려들 강원도의 국제화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사실이다. 침대 방이 부족하고, 식당의 좌식 탁자나 화장실 화변기, 영문 표기 없는 음식점 메뉴판도 손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도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어떨까. 음식 표기만 해도 그렇다. 일본 음식인 스시(すし·초밥)가 영어로는 그냥 'Sushi'이듯, 김밥은 일단 우리말 발음대로 'gimbap'이라고 써야 한국 음식 이름을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다. 여기에 음식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거나 사진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식당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음식이나 문화를 각국 언어로 알려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강원도는 올 들어 '투어 강원'이라는 앱을 만들어 4개 국어로 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엔 각 경기장은 물론이고, 유명 관광지 주변에서 무료 공공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망)가 터지게 된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IT(정보통신 기술) 환경은 한국의 자랑이다.

한국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오는 외국인 중에는 뜨끈하게 등을 지질 수 있는 온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좌식 밥상에 호기심을 갖고 그걸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한식당을 찾았을 때 쇼트 립 수프(Short Rib Soup)보다는 갈비탕(Galbitang)을 달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평창에 "여러분은 내년 올림픽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림픽 때 우리가 세계를 매혹할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따뜻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情)이 아닐까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추억을 만들어줘야 성공한 올림픽이 된다.